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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비문의 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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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롱에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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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비문의 설움

막막한 산 아래
목메 우는 거친 무덤
바람 이는 늦겨울 더욱 서러워

차마 두고 가지 못하는
사랑하는 사람
나 여기서 죽었으니
내 묵은 순터에 너 새 순으로
날 다시 그리워 말고
비좁은 내 옆자리
네 뼈를 묻어라

허위의 세상에 널 버려두지 못해
내게로 오너라
끝내 이끈 한 뼘의 땅 밑
누워 숨차지 않은
내 품에 널 안으리라

어인 세상 살다가
언 땅에
너와 나 묻혔으니
겨울 끝자락
너는 매화되어 붉게 피어나고
아지랑이 애끓이는 봄 날
나는
날개짓 끊이지 않는 나비가 되리

한 뼘의 자유
하늘로 띄워
남겨진 내 아이
눈물 씻기는 배경으로


* * * * * * * * * *

참담한 소식을 접합니다.
어리디 어린 아이들이 한 순간에 어이없이 맞은 죽음...
눈물로도 다 하지 못할 슬픔에 쌓였을 유족에게
어떤 말로도 위로가 되지 못할텐데...
...같이 아파합니다.

이 시는 짧은 시간을 두고 이어 죽음을 맞은
어느 부부의 무덤에 다녀와 썼던 시입니다.
사랑하는 남편을 먼저 보내고 아픈 가슴이 병이 되었는가
이내 아내도 그곳으로...

예상되던, 갑작스럽던
죽음으로 우리가 맞아야 되는 상황에는
언제나 슬픔이 먼저 자리하고 있는 까닭은
같이 했던 시간에 다 나누지 못한 사랑....
그 사랑이 아쉬움이 되지 않길 이제부터
더 사랑하겠습니다.

오늘은
저기 반달만 가는 길 푸른 언덕에
혼자 누워 계신 엄마를 뵈러가야겠습니다.

작성일2012-12-15 13:12

김기자님의 댓글

김기자
귀천(歸天) // 천상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

인생이 소풍이라면
너무나도 굴곡 많은 소풍입니다.

천상병 시인처럼 우리의 인생도
과연 아름다운 소풍이라 말할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우리의 소풍이...

초롱에미님의 댓글

초롱에미
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소풍처럼 즐거운 일들이 얼마나 많았었던지요.
하지만 잊혀갈 뿐... 잊지말자 6.25가 아니라 그날들을..ㅎㅎ

김기자님의 댓글

김기자
잊혀지지 않는 생을 산다면
얼마나 머리가 복잡하겠습니까.

그나마 잊어가며 살아가니
이나마 웃으며 살수있지 않겠습니까 ㅎㅎㅎ..

고달프지만 재미있는 소풍길
초롱엄마님 같은 분들때문에 즐겁게 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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