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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비 내리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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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아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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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적의 잉크가 안적 만지면 번질정도로 어린 시절
세계 명작전집 한 질 사면 베드민턴 채를 무료로 준다는 말에 후끈해서
아부지 나무 도장 몰래 빼내어 덜컹 인생 최초의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일이있다.

인자한 미소의 어떤 아자씨가 내 키 보다도 큰 책보따리를 매고 우리집에 도착한 순간..
나의 학교 공부에 꼭 필요한 책이라는 애절한 외침과 적극적인 정당성의 변론에도 불구하고
우리 아부지에게 거의 능지처참 직전까지 간 기억이 있다.

야구공 공짜로 준다는 꼬드김에 홀려서
순 비니루로 된 싸구려 야구 글러브며 방망이 세트를 몰래 주문하기도 했고
역시 그 야구 방망이로 내 머리가 비니루 야구공이 될뻔한 아찔한 순간도 넘기고..

일기라고는 순 구라 몰이식 방학숙제 그림일기를 급조한 경험밖에 없던 내가
총천연색 일기장에 물심이 생겨 어린이용 월간지를 구입하며 내 한달 용돈을 한번에 다 털리고..

암튼 맑고, 밝고, 꿈이 가득해야할 어린 시절의 내 마음은 그런것들과는 거리를 너무 멀리하며
무엇인가를 공짜, 거져, 덤으로 주는 물건에만 몰두하여 덜커덕 일을 저지르고
곧 바로 따라오는 부모님의 응징에 나름 꿋꿋이 대처해 가며 인내심을 배우던 어린 마음이었다.

세월은 흐르고 흘러 이제는 어린이가 어른이로 된 지금..

아직도 중요한 인생은 처다보지 못하고
부록처럼 미끼로 변두리에 널려있는 작은 희락에 빠져 있는것은 아닌지

내 인생, 내 철학, 내 주관이 무엇인지도 모른체
작은것에 집착하고 씨잘떼기 없는 관계에 힘들어 하며 살고 있는것은 아닌지..

한국의 봄비처럼 조용히 내리는 봄비를 환상처럼 바라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드는것이
이제 조금은 철이 들어가는 내가 되는것인지.....

난 언제난 온전히 철이 들어 완전한 어른이 될것인지..

그것이 무척 궁금한 봄 비 내리는 밤이다.
그것이 무척 궁금한 밤 비 내리는 밤이다.















작성일2013-03-19 21:17

멋진추억님의 댓글

멋진추억
부록이 더 재밋고 유용한거 맞습니다

추억은 부록에 담겨 있으니 말입니다.. ^^

그 집으로님의 댓글

그 집으로
역시 봄비는 한국산이 최고인가요?^^
살짝 흙냄새 끼여든.

거의 매일 쓰시는데도 마르지 않는 명문이시군요..

집착이 거시기한거지,

싸구려 비니루 글러브, 전집을 앵겨서 줘 터지게한 아자씨,
총천연색 일기장, 방맹이들고 달겨드시는 아버지..

그딴거 때문에 속씨린게 맞긴하지만,
고것들이 모여서
인생을 씨익 웃게 만드니..
참 기특하다눈..ㅎㅎ

제 인생 전체가 부록가튼거 가따눈.

아무것도아닌님의 댓글

아무것도아닌
부록의 매력을 저만 느낀것이 아닌것 같습니다.

속씨린 기억들이
추억이 되고, 웃음이 되고 때론 아픈 가심의 약도 된다니
부록..
아주 씨잘떼기 없는것은 아닌가 봅니다. ㅎㅎ..

각설이님의 댓글

각설이
ㅎㅎ 철들면 간담서요
그래서 전 절대루 철이 안드는 삶을 살검다.
지인의 하관예배에 참석하고 오면서
난 절대루다 저 밑 깊숙한 곳에
겨울에 땅 파고 묻은 김장독같이 음침한 곳에
절대루다 묻히지 않을거다라고
악을 마악 써봅니다 물론 시간은 나의 속좁음에 관계없이
자기의 길을 부지런히 가고 말테지만
이길 수 없는 싸움 그만 하고 방님들과 더
놀구잡습니다...^^

아무것도아닌님의 댓글

아무것도아닌
저도 보람이와 함께 있을때는
늘 피터팬 증후군 중증 환자였습니다.

제가 죽는 사망 원인이 피터팬 증후군을 소원해 보지만
모진 시상이 절 강제로 늙게 만드는게 한입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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