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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숲 바람소리 // 송수권


대숲 바람 속에는 대숲 바람소리만 흐르는 게 아니라요
서느라운 모시옷 물맛 나는 한 사발의 냉수물에 어리는
우리들의 맑디맑은 사랑

봉당 밑에 깔리는 대숲 바람소리 속에는
대숲 바람소리만 고여 흐르는 게 아니라요
대패랭이 끝에 까부는 오백 년 한숨, 삿갓머리에 후득이는
밤 쏘낙 빗물소리.....

머리에 흰 수건 쓰고 죽창을 깎던, 간 큰 아이들, 황토현을 넘어가던
징소리 꽹과리 소리들....

남도의 마을마다 질펀하게 깔리는 대숲 바람소리 속에는
흰 연기 자욱한 모닥불 끄으름내, 몽당빗자루도 개터럭도 보리숭년도 땡볕도
얼개빗도 쇠그릇도 문둥이 장타령도
타는 내음.....

아 창호지 문발 틈으로 스미는 남도의 대숲 바람소리 속에는
눈 그쳐 뜨는 새벽별의 푸른 숨소리, 청청한 청청한
대닢파리의 맑은 숨소리


++


지금은 뜸 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깡통을 줍다가 지치거나
부딛히는 삶이 버겁게 느껴질땐
사라토가 깊숙이 숨어있는
Hakone Garden 을 자주 찾는다.


언제던가...
한국의 담양 어디던가의
삼인산 대숲을 걸었을적의...

그...
번잡함 속의 고요함
팽팽함 속의 여유
혼탁함 속의 맑음
이라는

작은 충격이 그리워
Hakone Garden 을 자주 찾는다...

삼인산 대숲만치 대나무는 많지 않지만
그나마 대숲을 유일하게 볼수있는 곳...

부족한 대숲은 키 큰 도토리 나무나
작은 인공연못의 코이가 채워주는 곳...

나는 그곳을 걸으며
송수권 시인의 이 시를 생각하면

잠시...
한국의 남도 어느 마을 울창한 대숲에서
나그네 처럼 서서 마을을 쳐다보는
환상을 느끼고는 한다.

미국 땅...
일본식 정원에서...
한국을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