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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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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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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나는 슬픔도 배불렀다 // 함민복


아래층에서 물 틀면 단수가 되는
좁은 계단을 올라야 하는 전세방에서
만학을 하는 나의 등록금을 위해
사글셋방으로 이사를 떠나는 형님네
달그락거리던 밥그릇들
베니어판으로 된 농짝을 리어카로 나르고
집안 형편을 적나라하게 까보이던 이삿짐
가슴이 한참 덜컹거리고 이사가 끝났다
형은 시장 골목에서 짜장면을 시켜주고
쉽게 정리될 살림살이를 정리하러 갔다
나는 전날 친구들과 깡소주를 마신 대가로
냉수 한 대접으로 조갈증을 풀면서
짜장면을 앞에 놓고
이상한 중국집 젊은 부부를 보았다
바쁜 점심시간 맞춰 잠 자주는 아기를 고마워하며
젊은 부부는 밀가루, 그 연약한 반죽으로
튼튼한 미래를 꿈꾸듯 명랑하게 전화를 받고
서둘러 배달을 나아갔다
나는 그 모습이 눈물처럼 아름다워
물배가 부른데도 짜장면을 남기기 미안하여
마지막 면발까지 다 먹고나니
더부룩하게 배가 불렀다, 살아간다는 게

그날 나는 분명 슬픔도 배불렀다


++


나름 즐겁게 지냈던 오늘 하루
문득 슬픔이라는 단어가 떠 오르는 이유는 무엇인가..

함민복 시인의 시를 읽었다
심정 충분히 비수처럼 가슴속에 꽂혀 들어오는 시..

허허 웃고 사는 사람들
누구에게나 크든 작든 슬픔을 간직하고 살아가고 있다고 하던가..

나도 죽어도 기억하고 싶지 않은 슬픔이
그리고 죽는한이 있어도 입밖에 내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아련한 슬픔이 가슴을 치고 올라오는 적도 있었던가..

각자의 슬픔은
너의 슬픔이 나의 슬픔보다는 작아 라든지
나의 슬픔이 너의 슬픔보다 크다라든지 하는 등식은 성립하지 않을것이다.

언제나 가장 크게 나의 가슴속에 남아있는것이 나의 슬픔 이랄까..

요즘 날씨가 너무 좋다
좋은 날씨 속에서 슬픔을 생각 한다는것은
어쩌면 슬픔을 너무 깊이 감춘 후유증으로 생긴
나의 변태적 슬픔 즐기기 증후군이 아닐까..

오늘 밤을 맨정신으로 고히 넘기기는 힘들것 같다.
간만에 한 잔을 할까나 말까나...





작성일2013-07-28 21:24

깜깜이님의 댓글

깜깜이
저기.. 감상 분위기 끝나고 언제 시간나면 우리집 쌀통안에 좀 봐주세요 ㅜㅜ

김기자님의 댓글

김기자
갑자기 쌀통은 왜 보라고 ㅎㅎㅎ..

요즘 많이 어려우신가 봅니다.
쌀 몇포 필요하십니까 말씀만 하십시요 ^^

깜깜이님의 댓글

깜깜이
그런게 있어요. 쌀은 현미쌀로 10 lb 짜리 한푸대면 되요 ㅎ

김기자님의 댓글

김기자
알겠습니다
현미쌀 처럼 싼 쌀 말고
하얀 쌀로 100 lb 두포대 사가겠습니다.

쌀 사려면 낼 깡통 많이 주워야 하니
이만 자빠지겠습니다.

깜깜이님도 안녕히 주무십시요 ^^

멋진상상님의 댓글

멋진상상
test

A-1님의 댓글

A-1
ㅉㅉ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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