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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쓸쓸한 날, 나 자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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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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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있어라
네 목과 입술의 따뜻함을
네가 <아>라고 말할 때
어딘가 어두운 늪속의
갈대 사이에서
흐려있던 물이
<아>
일만년에 단 한번 물거품을 내면서 독백을 한다고


믿고 있어라
자애로운 죽음이 오늘밤도 너를 끌어안으려 온다고
네가 <이>라고 중얼거릴 때
메마른 강, 다리 기둥의
썩은 쇄기 언저리에
<이>
약속이니 했듯이 잠시 머물러주는 바람이 있다고,


믿고 있어라 아픔은 네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고,
네가 <우>라고 신음할 떄
한밤중 극장의
악기실의 구석에서
콘트라베이스가
<우>
낮게 신음하면서똑같이 고통을 겪는다는 소리를
울려준다고,


믿고있어라
네게는 이름도 없는 수많은 벗이 있다고,
네가 <에?>라고 되물었을 때
머언 숲속의 한 구루 한 구루의 나무가
응답의 모습으로 가지를 휘게하고,
잎새 속에 깃들어 있던 새들이
<에?>
똑같은 의문을 갖고 밤을 새워가며 웅성거리면서
괴로워해준다고,


믿고 있어라
노래한다는 것은 결코 헛된 일이 아니라고
네가 <오>라고 말할 때
녹색 풀이
큼직한 소가
보이지 않은 것들의 그림자가
<오>
벌떡 일어나서 너와 함께 걷기 시작한다고....


시집 <비유가 아니라> 에서...



작성일2016-01-19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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