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정
• 삭제
• 답변
• 글쓰기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김성용 특파원 = 미국 대형 투자은행의 잇단 침몰 등으로 금융 위기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경제 전반이 장기 불황에 빠질지에 대해 실리콘밸리 전문가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리먼브러더스의 파산보호 신청과 메릴린치의 합병 등으로 주식 시장이 요동쳤고 세계 메이저 보험업체인 AIG는 생사의 기로에서 막판 구조조정 작업에 `올인'하고 있지만 주가는 50% 이상 폭락했다.

미 중앙은행이 혼란의 와중에서 정책 금리를 조정하는 문제로 머리를 싸매고 있지만 현재로선 금리를 기존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결정했고 유럽과 아시아 주식 시장은 폭락 장세로 마감하며 부정적인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16일 미 새너제이 머큐리뉴스에 따르면 실리콘밸리 지역 경제 전문가들은 지금의 금융 혼란이 상당기간 지속되겠지만 장기 불황의 전조인지 여부에 대해선 매우 조심스런 입장이다.

버클리 캘리포니아주립대 제임스 윌콕스 교수는 이번 금융 위기 사태에 대해 "거의 모든 이들이 경험해 보지 못한 폭풍과 같다"며 "1930년대 이후 최악의 상황인 것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기업과 소비자들은 금융 위기로 대출이 더욱 어려워지고 주택 시장이 얼어붙어 거래가 끊기는 바람에 현금이 부족해 지면서 미래의 경제 생활을 걱정하고 있다.

주택 가치의 하락으로 소비가 줄어들게 됐고 건설과 금융 부문의 실업률을 치솟는 상황이 됐는데 이 같은 현상은 2009년 하반기 까지는 계속돼 당분간 경제 성장을 주춤하게 만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실리콘밸리도 예외가 아니어서 주택 가치의 하락과 신용 대출 한도의 하락, 이자율 상승 등으로 당장 `고통'을 느끼고 있다.

무디스 이코노미닷컴의 마크 잰디는 "향후 6개월 정도는 아주 어려울 것이 분명하다. 2010년 정도엔 제자리를 찾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으며 스탠퍼드대 경제연구소장 존 쇼븐은 "신속한 처방이 필요하다고 본다. 경제 침체가 향후 16개월 정도는 계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와 금융 위기가 연일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경제 붕괴로 이어질 것으로 보지는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현재의 위기 상황을 두 가지 측면에서 분석하고 있는데 금융 붕괴와 경기 침체로 나누고 있다.

금융 위기는 주택 시장에 붐이 일 때 은행들이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남발하면서 비롯된 문제로 많은 대출자들이 빚을 갚지 못했고 은행의 `악성' 채권들이 퍼지면서 전체적으로 금융 부실이 초래돼 월스트리트에까지 여파를 미치게 된 것이다.

캘리포니아주립대 손성원 석좌교수는 "금융 위기는 금융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는 경제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며 "그러나 주택 가격이 바닥을 친 뒤 금융 혼란이 해결되는데 시간이 걸리겠지만 경제는 안정을 되찾기 시작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금융 기관들은 이미 대기업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 일반 소비자들에 대한 대출 조건을 대폭 강화해 버려 대출 한도가 2만 달러 수준이었던 일반인의 경우 1만 달러로 낮아진 상태다.

캘리포니아주 경제연구센터 스티븐 레비는 "주택 시장 부실에서 초래된 위기가 결국 소비에 까지 영향을 미쳐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결코 장기 불황에 빠져들 것으로 보진 않는다"고 말했다.

윌콕스는 "지금의 위기가 역대 가장 심각한 경기 침체로 생각하진 않는다"며 "미국 경제가 느리긴 하지만 매년 2% 가량 성장세를 보일 것이고 더 위축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