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퍼지던 1월 "대유행 경고 미뤄달라" 전화 독일 연방정보국 첩보 입수, 슈피겔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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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열
WHO 사무총장에 걸려온 은밀한 전화 "나 시진핑인데..."코로나 퍼지던 1월 "대유행 경고 미뤄달라" 전화
사진: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과 시진핑 주석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이 세계보건기구(WHO)에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한 중요 정보 공개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경고를 늦춰달라고 한 첩보를 독일 연방정보국(BND)이 입수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武漢)에서 시작된 코로나 바이러스가 세계로 확산하던 지난 1월 21일, 시 주석이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55) WHO 사무총장에 전화를 걸어 “코로나의 사람 간 전염에 대한 정보 공개와 팬데믹 경고를 미뤄달라”고 했다고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이 BND의 첩보를 인용해 8일 보도했다. 독일의 유일한 해외 전담 정보기관인 BND는 중국 정부의 정보 통제 때문에 세계의 코로나 대응이 최소 4주에서 6주는 늦춰졌다고 평가했다.
BND의 첩보가 맞는 내용이라면, WHO가 중국의 압력에 팬데믹 선언을 미뤘다고 분석할 수 있다. WHO는 1월 23일 코로나 관련 긴급회의에서 “국제적인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하기가 아직 이르다”는 결론을 내렸다. 통화가 이뤄졌다는 날에서 이틀이 지난 시점이다. WHO는 지난 3월 12일에야 뒤늦게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해 감염병 위험 수준 최고 단계인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을 선언했다. 이미 전 세계 코로나 감염자가 12만 명에 이르던 때였다.
WHO는 공식 트위터 등에 “1월 21일 시 주석과 거브러여수스 총장 간 전화 통화에 대한 슈피겔의 보도는 근거가 없고, 사실이 아니다”라며 “그들은 당일 통화한 사실 자체가 없고, 중국 정부는 1월 20일 코로나 바이러스의 사람 간 전염을 확인했다. 이런 부정확한 기사는 코로나 바이러스를 종식하려는 WHO와 전세계의 노력에 방해가 된다”고 10일 썼다. 슈피겔 보도를 전면 부인한 것이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대통령은 지난 3일 미 폭스뉴스가 개최한 타운홀 미팅 프로그램에 출연해 코로나 사태와 관련, “중국은 끔찍한 실수를 저질렀다”며 “그들(중국)은 실수했고, 이를 덮으려 했다. 불을 끄려고 했지만 끄지 못했다”고 했다. 미국 정부가 관련 보고서를 취합하고 있으며 그 내용이 “아주 결정적”이라고도 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코로나 바이러스가 (중국) 우한에 있는 바이러스 실험실에서 시작됐다는 “거대한 증거(enormous evidence)”가 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대통령이 3일 워싱턴 DC 링컨 기념관 안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대응 방안을 밝히고 있다. 이날 행사는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로 주민 질문을 미리 받아 기자들이 대신 질문하는 '타운홀 미팅' 형식으로 진행됐다. 트럼프는 "중국이 코로나에 대해 세계를 호도했다는 충분한 증거가 있나"는 질문을 받고 "중국은 실수했고 이를 덮으려 했으나 불을 끄지는 못했다"고 했다.
미국과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영어권 5국 기밀 정보 동맹체인 '파이브 아이스(Five Eyes)'가 중국이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를 은폐했다는 결론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는 바이러스 위험에 대해 의사들을 침묵시키는 한편, 연구실에서 자료를 없앴고, 해외 전문가에게 표본 제공도 막았으며, 코로나의 사람 간 전염 사실까지 숨겼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독일 BND가 파이브 아이스 소속 국가 정보기관들에 개별적으로 확인한 결과, 각 기관은 해당 보고서를 만든 적이 없다고 부인했으며, ‘코로나 우한 연구소 기원설’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슈피겔은 전했다. 앞서 중국 CCTV는 4일 미국의 우한 연구소 기원설에 대해 “사악한 폼페이오가 독을 뱉어내며 거짓을 퍼뜨리고 있다”고 했다.
독일 정부는 시진핑 주석이 WHO를 압박했다는 첩보를 입수했음에도 중국 책임론에 신중한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슈피겔은 “독일 등 서방 국가들은 트럼프의 ‘우한 연구소 기원설’에는 회의적이지만, 중국 정부가 정보 공개를 늦추지 않았다면 더 방역이 잘 이뤄졌을 것이라는 데는 의심하지 않고 있다”며 “독일은 미국과 동맹임에도 중국제 보호 장비를 지원받아야 하기 때문에 위치가 애매해졌다”고 했다. 중국산 마스크, 방역복 등 의료장비를 받고 있어 독일이 중국 정부 비난을 자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슈피겔은 최근 미국 여러 주(州)에서 제기되고 있는 중국 상대 코로나 손해배상 소송에 대해서 소개하면서도, 실제로 중국의 배상이 이뤄질 가능성은 작다고 전망했다. 국제 법정에 국가 차원의 소송이 제기되더라도 중국이 응하지 않으면 소송 자체가 진행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제법 전문가들도 중국을 상대로 한 소송전이 성공할 확률을 낮게 보고 있다. 존 벨린저 전 미 국무부 법률고문은 최근 워싱턴포스트(WP) 기고에서 “중국이 미국에서 고의로 부당한 행위를 저질렀다는 증거나 코로나 바이러스가 미국 내 중국의 상업활동에서 비롯됐다는 증거가 없어서, 미국 내에서 제기된 6건의 소송들은 외국 주권자 면책법(FISA·Foreign Sovereign Immunities Act)에 따라 기각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톰 긴즈버그 시카고대 교수는 로이터통신에 “미 우파 정치인들이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미 정부의 잘못을 덮기 위해 중국 문제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라고 했다.
<조선>
작성일2020-05-10 0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