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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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 김기림
나의 소년 시절은 은빛 바다가 엿보이는 그 긴 언덕 길을 어머니의 상여와 함께 꼬부라져 돌아갔다.
내 첫사랑도 그 길 위에서 조약돌처럼 집었다가 조약돌처럼 잃어버렸다.
그래서 나는 푸른 하늘빛에 호져 때 없이 그 길을 넘어 강가로 내려 갔다가도 노을에 함뿍 자줏빛으로 젖어서 돌아오곤 했다.
그 강가에는 봄이, 여름이, 가을이, 겨울이 나의 나이와 함께 여러 번 댕겨갔다. 가마귀도 날아가고 두루미도 떠나간 다음에는 누런 모래둔과 그리고 어두운 내 마음이 남아서 몸서리쳤다. 그런 날은 항용 감기를 만나서 돌아와 앓았다.
할아버지도 언제 난지를 모른다는 마을 밖 그 늙은 버드나무 밑에서 나는 지금도 돌아오지 않는 어머니, 돌아오지 않는 계집애, 돌아오지 않는 이야기가 돌아올 것만 같아 멍하니 기다려 본다. 그러면 어느 새 어둠이 기어와서 내 뺨의 얼룩을 씻어준다.
++
길 / 길 잃은 남자
아, 이제 기억이 나는 것도 같습니다.
처음엔 무엇을 어떻게 기억 해야 하는줄 몰라
두 손이 심장을 더듬어 진정을 시키니
이제 기억이 나고 있습니다, 기억이 납니다.
길 위로는 시간과 공간과 인연이 끝없이 만나고, 헤어지고
길은 천천히 세월을 한바퀴 돌아 다시 내게로 왔습니다.
길은 과거에서 현재로,
오늘에서 내일로 항상 혼자 걸어 다녔습니다.
기억을 더듬으며 젖은 눈으로 길을 보면
길 위로는 첫 사랑 작은 소녀와 마지막 여인이 함께 걸은듯 하고
주위로는 크고 작은 인연들이 무심히 스치며 지나 갔습니다.
세월을 돌아 내게로 다시온 길 위에 내가 서있고
세월 저쪽으로는 또 다른 내가 남아 있습니다.
아, 이제 기억이 또렷 또렷 납니다.
길 위에는 늘 나만 있었고, 나만 있고, 나만 있을겁니다.
다만, 지금 길 위를 계속 걷는다는 것은
점점 실종 되어가는 나를 애써 잊으려 함인지도 모릅니다.
나의 소년 시절은 은빛 바다가 엿보이는 그 긴 언덕 길을 어머니의 상여와 함께 꼬부라져 돌아갔다.
내 첫사랑도 그 길 위에서 조약돌처럼 집었다가 조약돌처럼 잃어버렸다.
그래서 나는 푸른 하늘빛에 호져 때 없이 그 길을 넘어 강가로 내려 갔다가도 노을에 함뿍 자줏빛으로 젖어서 돌아오곤 했다.
그 강가에는 봄이, 여름이, 가을이, 겨울이 나의 나이와 함께 여러 번 댕겨갔다. 가마귀도 날아가고 두루미도 떠나간 다음에는 누런 모래둔과 그리고 어두운 내 마음이 남아서 몸서리쳤다. 그런 날은 항용 감기를 만나서 돌아와 앓았다.
할아버지도 언제 난지를 모른다는 마을 밖 그 늙은 버드나무 밑에서 나는 지금도 돌아오지 않는 어머니, 돌아오지 않는 계집애, 돌아오지 않는 이야기가 돌아올 것만 같아 멍하니 기다려 본다. 그러면 어느 새 어둠이 기어와서 내 뺨의 얼룩을 씻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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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 길 잃은 남자
아, 이제 기억이 나는 것도 같습니다.
처음엔 무엇을 어떻게 기억 해야 하는줄 몰라
두 손이 심장을 더듬어 진정을 시키니
이제 기억이 나고 있습니다, 기억이 납니다.
길 위로는 시간과 공간과 인연이 끝없이 만나고, 헤어지고
길은 천천히 세월을 한바퀴 돌아 다시 내게로 왔습니다.
길은 과거에서 현재로,
오늘에서 내일로 항상 혼자 걸어 다녔습니다.
기억을 더듬으며 젖은 눈으로 길을 보면
길 위로는 첫 사랑 작은 소녀와 마지막 여인이 함께 걸은듯 하고
주위로는 크고 작은 인연들이 무심히 스치며 지나 갔습니다.
세월을 돌아 내게로 다시온 길 위에 내가 서있고
세월 저쪽으로는 또 다른 내가 남아 있습니다.
아, 이제 기억이 또렷 또렷 납니다.
길 위에는 늘 나만 있었고, 나만 있고, 나만 있을겁니다.
다만, 지금 길 위를 계속 걷는다는 것은
점점 실종 되어가는 나를 애써 잊으려 함인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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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0-06-13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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