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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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아픈 사랑 / 류근
동백장 모텔에서 나와 뼈다귀 해장국집에서
소주잔에 낀 기름때 경건히 닦고 있는 내게
여자가 결심한 듯 말했다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다,
라는 말 알아요? 그 유행가 가사
이제 믿기로 했어요
믿는 자에게 기쁨이 있고 천국이 있을 테지만
여자여, 너무 아픈 사랑도 세상에는 없고
사랑이 아닌 사랑도 세상에는 없는 것
다만 사랑만이 제 힘으로 사랑을 살아내는 것이어서
사랑에 어찌 앞뒤로 집을 지을 세간이 있겠느냐
택시비 받아 집에 오면서
결별의 은유로 유행가 가사나 단속 스티커처럼 붙여오면서
차창에 기대 나는 느릿느릿 혼자 중얼거렸다
그 유행가 가사,
먼 전생에 내가 쓴 유서였다는 걸 너는 모른다
++
사랑 / 사랑은 눈물의 씨앗이라는 남자
사랑을 노래하는 시를 써보려 자리를 잡으니
평소에도 껌딱지처럼 따라다니는 추억이 딱 붙어앉는다.
추억 핑계라도 댈까 싶지만
추억이 기대나 안 기대나 매 한가지인 내 글 솜씨
그 와중에 다 쓴 시 앞에 고개숙인 추억은
너무도 실연의 아픔을 겪고 있는 고양이 같군
사랑을 노래하는 시는 뻔히 실패했고
내가 추억하는 상처에 대하여 노래나 불러볼까
어떤 달콤한 사랑의 실패 앞에서도
결코 삐뚤어지지 않는 나의 굳건한 노래를--
동백장 모텔에서 나와 뼈다귀 해장국집에서
소주잔에 낀 기름때 경건히 닦고 있는 내게
여자가 결심한 듯 말했다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다,
라는 말 알아요? 그 유행가 가사
이제 믿기로 했어요
믿는 자에게 기쁨이 있고 천국이 있을 테지만
여자여, 너무 아픈 사랑도 세상에는 없고
사랑이 아닌 사랑도 세상에는 없는 것
다만 사랑만이 제 힘으로 사랑을 살아내는 것이어서
사랑에 어찌 앞뒤로 집을 지을 세간이 있겠느냐
택시비 받아 집에 오면서
결별의 은유로 유행가 가사나 단속 스티커처럼 붙여오면서
차창에 기대 나는 느릿느릿 혼자 중얼거렸다
그 유행가 가사,
먼 전생에 내가 쓴 유서였다는 걸 너는 모른다
++
사랑 / 사랑은 눈물의 씨앗이라는 남자
사랑을 노래하는 시를 써보려 자리를 잡으니
평소에도 껌딱지처럼 따라다니는 추억이 딱 붙어앉는다.
추억 핑계라도 댈까 싶지만
추억이 기대나 안 기대나 매 한가지인 내 글 솜씨
그 와중에 다 쓴 시 앞에 고개숙인 추억은
너무도 실연의 아픔을 겪고 있는 고양이 같군
사랑을 노래하는 시는 뻔히 실패했고
내가 추억하는 상처에 대하여 노래나 불러볼까
어떤 달콤한 사랑의 실패 앞에서도
결코 삐뚤어지지 않는 나의 굳건한 노래를--
추천 4
작성일2020-06-19 22:10
장파이콜님의 댓글
장파이콜
뇌과학자가 쓴 글입니다. 제목이 재밋어서.....
< 그리움도 원하는 만큼 소비·생산 가능한 또 다른 ‘상품’>
https://news.joins.com/article/23806168?cloc=joongang-home-newslistright
< 그리움도 원하는 만큼 소비·생산 가능한 또 다른 ‘상품’>
https://news.joins.com/article/23806168?cloc=joongang-home-newslistright
목멘천사님의 댓글
목멘천사
좋은 글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절묘한 그리움에 대한 차이가 흥미롭습니다.
어려운 글이라 몇 번은 읽어야 완전히 이해가 될 것 같습니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절묘한 그리움에 대한 차이가 흥미롭습니다.
어려운 글이라 몇 번은 읽어야 완전히 이해가 될 것 같습니다.
목멘천사님의 댓글
목멘천사
저는 주로 그리움이니 사랑이니 하는 통속적인 시들을 많이 소개하고 또 글을 쓰지만
제 감정은 마치 카멜레온 같아서 류근의 시를 읽으면 사랑의 감정에 사로잡히고
오탁번의 시를 읽으면 음흉한 마음으로 시골 장터에서 여자 고무신을 파는 고무신 장사가 되기도 합니다.
같은 맥락으로 이정하의 시를 읽으면 사랑에 실패하고 곧 죽을 것 같은 사랑의 실패자가 되기도 하고
기형도의 시를 읽으면 세상이 온통 회색빛으로 보여 가슴에 바위를 얹어놓은 느낌이 듭니다.
중요한 것은 낮동안에는 멀쩡히 잘 살다가 해만 지면 감정의 카멜레온이 된다는 것이고
한 잠 늘어지게 자고 아침에 눈뜨면 또 언제 그랬냐는 듯이 하루를 바쁘게 보낸다는 겁니다.
다람쥐 챗바퀴같이 단조로운 세상을 나름 다양하게 살아보려는 제 나름대로의 노력입니다
ㅎㅎ..
제 감정은 마치 카멜레온 같아서 류근의 시를 읽으면 사랑의 감정에 사로잡히고
오탁번의 시를 읽으면 음흉한 마음으로 시골 장터에서 여자 고무신을 파는 고무신 장사가 되기도 합니다.
같은 맥락으로 이정하의 시를 읽으면 사랑에 실패하고 곧 죽을 것 같은 사랑의 실패자가 되기도 하고
기형도의 시를 읽으면 세상이 온통 회색빛으로 보여 가슴에 바위를 얹어놓은 느낌이 듭니다.
중요한 것은 낮동안에는 멀쩡히 잘 살다가 해만 지면 감정의 카멜레온이 된다는 것이고
한 잠 늘어지게 자고 아침에 눈뜨면 또 언제 그랬냐는 듯이 하루를 바쁘게 보낸다는 겁니다.
다람쥐 챗바퀴같이 단조로운 세상을 나름 다양하게 살아보려는 제 나름대로의 노력입니다
ㅎㅎ..
장파이콜님의 댓글
장파이콜
아직도 감수성이 그리 예민하시니 부러울 따름입니다. ㅋ ㅋ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