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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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양 / 이건청
아버지의 등뒤에 벼랑이 보인다
아니 아버지는 안보이고 벼랑만 보인다
요즘엔 선연히 보인다.
옛날 나는 아버지가 산인 줄 알았다
차령산맥이거나 낭림산맥인줄 알았다
장대한 능선들 모두가 아버지인줄 알았다
그때 나는 생각했었다
푸른 이끼를 스쳐간 그 산의 물이 흐르고 흘러
바다에 닿는 것이라고
수평선에 해가 뜨고 하늘도 열리는 것이라고
그때 나는 뒷짐지고 아버지 뒤를 따라 갔었다
아버지가 아들인 내가 밟아야 할 비탈들을
앞장 서 가시면서
당신 몸으로 끌어안아 들이고 있는 걸 몰랐었다
아들의 비탈들을 모두 끌어안은 채
까마득한 벼랑으로
쫓기고 계신 걸 나는 몰랐었다
나 이제 늙은 짐승 되어
힘겨운 벼랑에 서서 뒤돌아보니
뒷짐지고 내 뒤를 따르는
낯익은 얼굴 하나 보인다.
겨우겨우 벼랑 하나 발딛고 선 내 뒤를 따르는
초식 동물 한 마리가 보인다.
++
아버지 / 어느새 아버지가 된 남자
한번도,
아버지를 위해 울어본 적이 없습니다.
철없던 어린 시절에는,
내가 나를 위해서만 울었고
여자를 알고 품었을 때는,
항상 여자와 사랑을 위해서만 울었고
자식이라는 멍에를 낳고는,
늘 자식의 아픔을 위해서만 울었습니다.
아버지가 떠나시던 날
저는 또 나를 위해 울었습니다.
아버지를 위해 한번도 울지 못했던
그런 나를 원망하며 울었습니다.
이제,
자식들은 자신들을 위해 울고 있습니다.
한번이라도 나를 위해 울어달라는
부탁의 말은 차마 못하겠습니다.
자식들의 눈물에
제 눈물의 무게를 더하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번도 제 눈물에
아버지의 눈물 무게를 더하지 않으시던 아버지
지금의 제 눈물이
그때의 아버지 눈물임을 이제야 알았습니다.
지금도,
아버지를 위해 울어본 적이 없습니다.
아직도 가장 아픈 속 울음은
언제나 제 자신을 위하여만 터져 나옵니다.
아버지를 다시 만나는 그 날,
아버지 앞에서 꺼억 꺼억 울겠습니다.
아버지 눈물에 제 눈물의 무게를 기꺼이 더하고,
제 눈물에 더 해지는 아버지 눈물의 무게를 부등켜 안고
꺼억 꺼억 처음으로 아버지를 위해 울겠습니다.
서럽게 목놓아 울겠습니다.
아.버.지.
아버지의 등뒤에 벼랑이 보인다
아니 아버지는 안보이고 벼랑만 보인다
요즘엔 선연히 보인다.
옛날 나는 아버지가 산인 줄 알았다
차령산맥이거나 낭림산맥인줄 알았다
장대한 능선들 모두가 아버지인줄 알았다
그때 나는 생각했었다
푸른 이끼를 스쳐간 그 산의 물이 흐르고 흘러
바다에 닿는 것이라고
수평선에 해가 뜨고 하늘도 열리는 것이라고
그때 나는 뒷짐지고 아버지 뒤를 따라 갔었다
아버지가 아들인 내가 밟아야 할 비탈들을
앞장 서 가시면서
당신 몸으로 끌어안아 들이고 있는 걸 몰랐었다
아들의 비탈들을 모두 끌어안은 채
까마득한 벼랑으로
쫓기고 계신 걸 나는 몰랐었다
나 이제 늙은 짐승 되어
힘겨운 벼랑에 서서 뒤돌아보니
뒷짐지고 내 뒤를 따르는
낯익은 얼굴 하나 보인다.
겨우겨우 벼랑 하나 발딛고 선 내 뒤를 따르는
초식 동물 한 마리가 보인다.
++
아버지 / 어느새 아버지가 된 남자
한번도,
아버지를 위해 울어본 적이 없습니다.
철없던 어린 시절에는,
내가 나를 위해서만 울었고
여자를 알고 품었을 때는,
항상 여자와 사랑을 위해서만 울었고
자식이라는 멍에를 낳고는,
늘 자식의 아픔을 위해서만 울었습니다.
아버지가 떠나시던 날
저는 또 나를 위해 울었습니다.
아버지를 위해 한번도 울지 못했던
그런 나를 원망하며 울었습니다.
이제,
자식들은 자신들을 위해 울고 있습니다.
한번이라도 나를 위해 울어달라는
부탁의 말은 차마 못하겠습니다.
자식들의 눈물에
제 눈물의 무게를 더하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번도 제 눈물에
아버지의 눈물 무게를 더하지 않으시던 아버지
지금의 제 눈물이
그때의 아버지 눈물임을 이제야 알았습니다.
지금도,
아버지를 위해 울어본 적이 없습니다.
아직도 가장 아픈 속 울음은
언제나 제 자신을 위하여만 터져 나옵니다.
아버지를 다시 만나는 그 날,
아버지 앞에서 꺼억 꺼억 울겠습니다.
아버지 눈물에 제 눈물의 무게를 기꺼이 더하고,
제 눈물에 더 해지는 아버지 눈물의 무게를 부등켜 안고
꺼억 꺼억 처음으로 아버지를 위해 울겠습니다.
서럽게 목놓아 울겠습니다.
아.버.지.
추천 5
작성일2020-06-21 22:15
jusung님의 댓글
jusung
Happy Father's Day!!!
천사님
저도 못 난 애비 입니다.
천사님
저도 못 난 애비 입니다.
목멘천사님의 댓글
목멘천사
아버지 날 잘 보내셨는지요 jusung님
세상에 자신이 잘난 애비에
자랑스러운 아들이라 자신할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선천적 위선자 이거나
삶을 진실되게 한번도 살아본 사람이 아닐겁니다.
세상에 자신이 잘난 애비에
자랑스러운 아들이라 자신할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선천적 위선자 이거나
삶을 진실되게 한번도 살아본 사람이 아닐겁니다.
목멘천사님의 댓글
목멘천사
누군가 말하길 삶에 있어서 가장 쓸데없는 것이 후회라고 했는데
그 사람에게 되묻고 싶습니다.
후회없는 삶을 산 당신은 사람이 아니라 신이냐고..
나이가 들수록 자꾸 지나온 세월에 대한 후회만 커지니
제가 병이 들어도 단단히 든 것 같습니다.
특히 오늘은 더욱 그렀습니다.
그 사람에게 되묻고 싶습니다.
후회없는 삶을 산 당신은 사람이 아니라 신이냐고..
나이가 들수록 자꾸 지나온 세월에 대한 후회만 커지니
제가 병이 들어도 단단히 든 것 같습니다.
특히 오늘은 더욱 그렀습니다.
jusung님의 댓글
jusung
이 세상에 완벽한 사람 없습니다.
당연히 후회도 하고 그러지요
시인님, 남은 세월이라도 후회 보다는
현실에 만족하시고 보람있게 사시기를 바랍니다!
당연히 후회도 하고 그러지요
시인님, 남은 세월이라도 후회 보다는
현실에 만족하시고 보람있게 사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