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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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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멘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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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기억 / 송종규

​동그란 스탠드 건너 당신은 앉아 있고
나는 세월 건너편 낡은 벤치에 앉아 있다
그 사이로 계곡이 있었던 듯하기도 하고 잠시, 여우비가 스쳤던 듯
하기도 하다 달빛이 얼굴 위에 소나기처럼 쏟어졌던 것 같기도 하고
간선도로에 자욱한
모래의 융단이 깔린 듯하기도 하다

수많은 이정표와 자동차 바퀴를 거슬러 올라가면
기껏, 소스라치는 마른 나뭇잎, 나뭇잎 한 장의 모질고 쓰린 기억들

세월 건너편 낡은 벤치 위에 당신은 앉아 있고
나는 동그란 스탠드 앞에 앉아 있다
안개가 많은 것들을 지운 듯 세상은 어렴풋하고
달력 속에서 나는
무릎을 세우고 엎드려 울었다

어느 순간 덜컥, 빗금을 그으며
계곡 또는 단애(斷崖)가 들어섰을 것이다 우리는
들판에 있었던 듯하고 못물 속에 깊숙히 가라앉았던 것 같기도 하다

우리는 아마 어깨를 들썩이며 울었을 것이다

스탠드에 불이 나가고 당신은 세월 저편으로 사라졌다 나는
모래와 꽃과 바람을 받으며 여물어갔다

세월인 당신, 얼룩인 당신,

가끔 슬픔이라는 짐승이 드나들기도 하지만
당신에 대해 나는 아주 이상하고 단단한 기억을 가지고 있다

++

기억 / 기억 못하는 남자

그대, 내 가슴에
오래된 한 편의 영화로 남아있다.

보고 싶을때마다
늘 필름을 돌리며 그대를 본다.

흘러간 세월,
멈춰진 그리움을 돌리며 그대를 본다.

그렇게 나는 필름을 돌리며 그대를 본다.
그대를 보며 필름을 돌린다.

필름이 멈추면 그대는 사라지고
빈 자막에 남는 것은 기억 뿐

그대는 영화 속에만 살고
나는 영화 속 기억에서만 살고

영화는 언젠가 끝이 나도
나는 오랫동안 그대를 기억할 것이다.

아주 오랜 세월
내가 버틴 힘은 그대에 대한 기억이었다.





추천 4

작성일2020-06-09 22:39

jusung님의 댓글

jusung
두 분이 영화속의 주인공 이네요
해피 엔딩 기대 합니다. ㅎ
오늘도 글 올리느라 고생하신 천사님께 음악 하나 드립니다.
https://youtu.be/1EORbL8N-R8

목멘천사님의 댓글

목멘천사
891명의 여인들에게 차이고
밤마다 차인 아픔에 노래를 듣고 글을 써대는 저에게
해피 엔딩을 기대 하신다는 것은 무리가 아니신가 합니다. ㅎㅎ..

올려주신 노래 잘들었습니다.
언젠가는 오실 예수님을 기다리는 마음..

노래를 들으며
문득 그런 마음이 제게도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요원한 일이겠지만 말입니다.

늘 응원해 주심에 정말 감사 드립니다
좋은 밤 되십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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