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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회(輪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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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설화조(因緣說話調) - 서정주

언제던가 나는 한 송이의 모란꽃으로 피어 있었다.
한 예쁜 처녀가 옆에서 나와 마주 보고 살았다.

그 뒤 어느 날
모란꽃잎은 떨어져 누워
메말라서 재가 되었다가
곧 흙하고 한세상이 되었다.
그게 이내 처녀도 죽어서
그 언저리의 흙 속에 묻혔다.
그것이 또 억수의 비가 와서
모란꽃이 사위어 된 흙 위의 재들을
강물로 쓸고 내려가던 때,
땅 속에 괴어 있던 처녀의 피도 따라서
강으로 흘렀다.

그래, 그 모란꽃 사윈 재가 강물에서
어느 물고기의 배로 들어가
그 血肉에 자리했을 때,
처녀의 피가 흘러가서 된 물살은
그 고기 가까이서 출렁이게 되고,
그 고기를, 그 좋아서 뛰던 고기를
어느 하늘가의 물새가 와 채어 먹은 뒤엔
처녀도 이내 햇볕을 따라 하늘로 날아올라서
그 새의 날개 곁을 스쳐 다니는 구름이 되었다.

그러나 그 새는 그 뒤 또 어느 날
사냥꾼이 쏜 화살에 맞아서,
구름이 아무리 하늘에 머물게 할래야
머물지 못하고 땅에 떨어지기에
어쩔 수 없이 구름은 또 소나기 마음을 내 소나기로 쏟아져서
그 죽은 샐 사간 집 뜰에 퍼부었다.
그랬더니, 그 집 두 양주가 그 새고길 저녁상에서 먹어 소화하고
이어 한 嬰兒를 낳아 양육하고 있기에,
뜰에 내린 소나기도
거기 묻힌 모란씨를 불리어 움트게 하고
그 꽃대를 타고 올라오고 있었다.

그래 이 마당에
現生의 모란꽃이 제일 좋게 핀 날,
처녀와 모란꽃은 또 한 번 마주 보고 있다만,
허나 벌써 처녀는 모란꽃 속에 있고
전날의 모란꽃이 내가 되어 보고 있는 것이다.

++

윤회(輪廻) / 전생에 아무 것도 아니었던 남자
(서정주의 인연설화조(因緣說話調)를 읽고)

내 어깨를 짖누르는
번뇌와 업의 무거움은

내 前生의 前生,
또 그 前生의 前生,
어쩌면 영원 전의 前生의 무게

내 오랜 방황의 윤회(輪廻)를
마침내 멈추게 한다는 해탈(解脫)은

내 來生의 來生
또 그 來生의 來生
어쩌면 더 멀고먼 영원 후, 來生의 꿈

태초보다 더 아득한 나의 前生과
눈으로는 볼수없는 별 보다 더 먼 나의 來生 사이에

잠시 방황과 좌절의 휴식을 취하는
아, 이 아늑한 절망의 現生




추천 3

작성일2020-07-08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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