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의 상처로 힘들다면; 그것은 당신의 잘못이 아니었습니다
페이지 정보
원조다안다관련링크
본문
안녕하세요. 오늘하루위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이두형 입니다.
오늘은, 어린 시절의 아픔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우선, 짧은 이야기로 영상을 시작하겠습니다. 비만 치료를 받던 한 간호조무사가, 성공적으로 체중을 줄인 뒤 이어지는 이야기 입니다.
‘그런데 몇 개월 지난 뒤 다시 만났을 때, 펠리티(주치의) 는 그 간호조무사가 다시 체중이 불어났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게다가 불어난 수준은 그토록 짧은 기간에 일어난 일로는 도저히 믿기 힘들 정도였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알고 보니 감량에 성공한 뒤 날씬해진 몸매에 반한 남자 동료가 치근대기 시작하더니 관계를 하자고 제안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말을 듣고, 그녀는 집에 돌아가서 음식을 먹어대기 시작했다. 하루를 꼬박 먹고, 밤에 자다가 몽유병 상태로 또 먹었다. 펠리티가 이 극단적인 반응이 어디서 나왔는지 조사해 보니 그녀는 할아버지에게 장기간 성폭행 당한 적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 여성은 비만 수술을 받고 체중을 44kg 이나 감량했지만 그 사이 자살을 시도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자살 충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신의학 병원 다섯 곳을 전전하며 전기 충격 치료 프로그램을 세 번이나 받았다고 설명했다.’
'성폭행 피해자인 한 여성은 펠리티에게 이렇게 말했다. “체중이 많이 나가면 눈길을 안 받잖아요. 저한테 필요한 게 바로 그거에요.”’
외상 후 스트레스에 관한 책인 베셀 반 데어 콜크의 명저. 몸은 기억한다 (을유 문화사, 2016) 에 나오는 일화입니다.
아주 어린 시절의 일들은 보통 잊혀 지거나, 미화되는 것으로 치부되기 쉽습니다. 하지만 마음의 깊이는 기억의 공간 이상으로 깊지요.
한 실험에서 개를 묶고 전기 충격을 가합니다. 깜짝 놀란 개가 달아나려 하지만, 목에는 쇠사슬이 매어 있었구요. 반복되는 도망이 실패로 돌아가자, 개는 이윽고 체념합니다. 전기 자극이 주어져도 더 이상 달아나려 하지 않았습니다. 안타깝게도, 쇠사슬이 풀어진 이후에도 말이지요.
코끼리를 길들이는 과정은 퍽 잔인합니다. 어미로부터 떼어낸 아기 코끼리를 묶어 두고, 구타하거나 칼로 몸에 상처를 내며 학대합니다. 그리고 사육사의 말을 듣지 않을 때 마다 관자놀이 부근을 막대로 피가 날 때 까지 때립니다. 이러한 환경 아래에서 자란 코끼리는 이 막대에 속박됩니다. 거대하게 자란 코끼리는 발걸음 한 번으로도 사육사를 제압할 힘이 있지만, 죽을 때 까지 막대의 통제를 받게 됩니다.
우리는 어떨까요. 미숙한 어린아이가 성숙한 성인으로 성장하면 홀로 살아갈 수 있고, 세상에 대처할 수 있는 힘이 생깁니다. 하지만, 이어지는 전기 충격에도 자리를 떠나지 못하는 안타까운 모습처럼, 당당한 삶을 살아가는 이도 어린 시절의 깊은 상처에는 무력한 경우가 많습니다. 아픔을 겪었던 그 때의 내 모습이 마음속에 깊이 자리 잡아, 마치 아물지 않는 흉터 같은 아픔과 두려움을 반복하여 겪게 됩니다.
그리고 아이들은 두려운 상황을 자신의 잘못으로 생각합니다. 흔히 아이 앞에서 부부가 싸우는 모습을 보이지 말라는 조언을 하지요. 항상 자신을 중심에 두고 생각하는 아이는 다툼의 원인 역시 자신인 줄 알기 때문입니다.
‘엄마를 화나게 해서 미안해요, 내일은 꼭 말 잘 들을게요, 물을 엎지르지 않을 게요...’ 학대 속에 짧은 생을 마친 , 또래 아이들의 몸무게의 반 밖에 나가지 않던 일본의 한 네 살 여자 아이가 남긴 쪽지입니다.
저는 아이의 이 글을 읽고 안타까움과 분노가 들었어요. 당시 기사의 높은 조회 수와 댓글을 통해 많은 이들도 비슷한 감정을 느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누가 봐도 아이는 잘못한 것이 없습니다. 만약 당신에게도 어린 시절의 말 못할 아픈 상처가 있다면, 마찬가지로 당신은 잘못하지 않았습니다.
지금부터 드리려는 짧은 이야기를 위해서 이번 영상을 준비했습니다. 혹 어린 시절의 아픔이 자꾸만 되살아나고, 그 때의 두려움으로 눈물짓는 분이 있다면, 꼭 이야기해 주고 싶어요.
이제는 괜찮단다.
지금의 너는 너로서 충분하단다.
그리고, 그 아픔들은 결코 너의 잘못이 아니었단다.
당신의 마음 속 깊은 곳에, 떠올리기조차 두려운 그 때에 머무르며 쪼그려 앉아 울고 있는 어릴 적 당신이 있진 않나요? 깊은 밤 조용히 어른이 된 지금의 모습으로 그 옆에 앉아, 천천히 그 아이의 어깨를 다독여 주시기를 바라봅니다.
오늘 하루 만큼만의 위로가 더해지셨기를 바랍니다.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이두형이었습니다.
오늘은, 어린 시절의 아픔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우선, 짧은 이야기로 영상을 시작하겠습니다. 비만 치료를 받던 한 간호조무사가, 성공적으로 체중을 줄인 뒤 이어지는 이야기 입니다.
‘그런데 몇 개월 지난 뒤 다시 만났을 때, 펠리티(주치의) 는 그 간호조무사가 다시 체중이 불어났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게다가 불어난 수준은 그토록 짧은 기간에 일어난 일로는 도저히 믿기 힘들 정도였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알고 보니 감량에 성공한 뒤 날씬해진 몸매에 반한 남자 동료가 치근대기 시작하더니 관계를 하자고 제안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말을 듣고, 그녀는 집에 돌아가서 음식을 먹어대기 시작했다. 하루를 꼬박 먹고, 밤에 자다가 몽유병 상태로 또 먹었다. 펠리티가 이 극단적인 반응이 어디서 나왔는지 조사해 보니 그녀는 할아버지에게 장기간 성폭행 당한 적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 여성은 비만 수술을 받고 체중을 44kg 이나 감량했지만 그 사이 자살을 시도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자살 충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신의학 병원 다섯 곳을 전전하며 전기 충격 치료 프로그램을 세 번이나 받았다고 설명했다.’
'성폭행 피해자인 한 여성은 펠리티에게 이렇게 말했다. “체중이 많이 나가면 눈길을 안 받잖아요. 저한테 필요한 게 바로 그거에요.”’
외상 후 스트레스에 관한 책인 베셀 반 데어 콜크의 명저. 몸은 기억한다 (을유 문화사, 2016) 에 나오는 일화입니다.
아주 어린 시절의 일들은 보통 잊혀 지거나, 미화되는 것으로 치부되기 쉽습니다. 하지만 마음의 깊이는 기억의 공간 이상으로 깊지요.
한 실험에서 개를 묶고 전기 충격을 가합니다. 깜짝 놀란 개가 달아나려 하지만, 목에는 쇠사슬이 매어 있었구요. 반복되는 도망이 실패로 돌아가자, 개는 이윽고 체념합니다. 전기 자극이 주어져도 더 이상 달아나려 하지 않았습니다. 안타깝게도, 쇠사슬이 풀어진 이후에도 말이지요.
코끼리를 길들이는 과정은 퍽 잔인합니다. 어미로부터 떼어낸 아기 코끼리를 묶어 두고, 구타하거나 칼로 몸에 상처를 내며 학대합니다. 그리고 사육사의 말을 듣지 않을 때 마다 관자놀이 부근을 막대로 피가 날 때 까지 때립니다. 이러한 환경 아래에서 자란 코끼리는 이 막대에 속박됩니다. 거대하게 자란 코끼리는 발걸음 한 번으로도 사육사를 제압할 힘이 있지만, 죽을 때 까지 막대의 통제를 받게 됩니다.
우리는 어떨까요. 미숙한 어린아이가 성숙한 성인으로 성장하면 홀로 살아갈 수 있고, 세상에 대처할 수 있는 힘이 생깁니다. 하지만, 이어지는 전기 충격에도 자리를 떠나지 못하는 안타까운 모습처럼, 당당한 삶을 살아가는 이도 어린 시절의 깊은 상처에는 무력한 경우가 많습니다. 아픔을 겪었던 그 때의 내 모습이 마음속에 깊이 자리 잡아, 마치 아물지 않는 흉터 같은 아픔과 두려움을 반복하여 겪게 됩니다.
그리고 아이들은 두려운 상황을 자신의 잘못으로 생각합니다. 흔히 아이 앞에서 부부가 싸우는 모습을 보이지 말라는 조언을 하지요. 항상 자신을 중심에 두고 생각하는 아이는 다툼의 원인 역시 자신인 줄 알기 때문입니다.
‘엄마를 화나게 해서 미안해요, 내일은 꼭 말 잘 들을게요, 물을 엎지르지 않을 게요...’ 학대 속에 짧은 생을 마친 , 또래 아이들의 몸무게의 반 밖에 나가지 않던 일본의 한 네 살 여자 아이가 남긴 쪽지입니다.
저는 아이의 이 글을 읽고 안타까움과 분노가 들었어요. 당시 기사의 높은 조회 수와 댓글을 통해 많은 이들도 비슷한 감정을 느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누가 봐도 아이는 잘못한 것이 없습니다. 만약 당신에게도 어린 시절의 말 못할 아픈 상처가 있다면, 마찬가지로 당신은 잘못하지 않았습니다.
지금부터 드리려는 짧은 이야기를 위해서 이번 영상을 준비했습니다. 혹 어린 시절의 아픔이 자꾸만 되살아나고, 그 때의 두려움으로 눈물짓는 분이 있다면, 꼭 이야기해 주고 싶어요.
이제는 괜찮단다.
지금의 너는 너로서 충분하단다.
그리고, 그 아픔들은 결코 너의 잘못이 아니었단다.
당신의 마음 속 깊은 곳에, 떠올리기조차 두려운 그 때에 머무르며 쪼그려 앉아 울고 있는 어릴 적 당신이 있진 않나요? 깊은 밤 조용히 어른이 된 지금의 모습으로 그 옆에 앉아, 천천히 그 아이의 어깨를 다독여 주시기를 바라봅니다.
오늘 하루 만큼만의 위로가 더해지셨기를 바랍니다.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이두형이었습니다.
추천 10
작성일2024-12-09 20:12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