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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택시운전사] 영화에 나오지 않은 위르겐 힌츠페터 기자의 뒷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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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다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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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르겐 힌츠페터

(Jürgen Hinzpeter)

1937년 7월 6일 ~ 2016년 1월 25일



1963년에 당시 서독의 ARD 소속 방송국인 북부독일방송의 텔레비전 카메라맨으로 입사.

몇 차례 한국을 방문하여 박정희 정권 하의 여러 공안 사건들에 대한 기록과

광주민주화운동 직전 가택 연금중이었던 김영삼과의 인터뷰를 녹화하는 등 다양한 취재를 하고 있었음.

5.18 민주화운동이 진행 중이던 1980년 5월 19일 그는 전라남도 광주시에 잠입해 영상을 찍게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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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제 1 공영방송 저녁8시 뉴스



[한국의 광주와 그 주변지역까지 확대된 민중봉기는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금까지의 비공식 보고에 따르면 군대는 도시를 점령하기 위한 준비태세에 있다.

나흘간의 치열한 전투 끝에 한국에서 다섯 번째로 큰 도시 광주는 시위대가 차지한다.

군대가 도시를 포위하고 있고, 그 곳으로의 모든 텔렉스와 전화연결은 두절된 상태이다.



우리 취재진은 샛길을 통해서 광주로 진입하는데 성공했다.

군경이 이틀 동안 이곳에서 시위대에 행한 잔인함은 우리가 직접 목격한 중상자들을 보면 짐작할 수 있다.

오랜 군사독재기간 동안 쌓인 국민들의 증오가 폭발하면서

20만명이 시위에 참가했고, 약 3만명이 직접 거리 전투에 나섰다.



군의 보고에 따르면 양측의 충돌로 인해 수요일까지 9명의 사망자와 60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그러나 대학생들이 제시하는 숫자는 더 많다.

그들은 사망자가 수십명에 이른다는 것이다.

과장된 진술일지 모르지만 공식집계보다는 훨씬 진실에 가깝다.



시위대가 화요일 저녁 경찰서를 점령하였고,

자동소총으로 무장하면서 양측의 총격전은 더 격해졌기 때문이다.

시위대는 자동차와 버스 200대를 보유하고 있으며 그 중에서는 탈취한 군사차량도 있다.

그들은 탈취차량을 타고 도시를 휘젓고 다니면서 '구속자 석방! 군사독재 타도!'라는 구호를 외친다.

국민들은 완전히 시위대 편이며, 모든 주유소는 휘발유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취재진은 이제 군인들도 시위대에 호의적으로 대하는 것을 목격했다.

군의 명령에 대해 불복종한다는 첫소식이 들려온다.

도시를 휘젓고 다니는 시위대는 인근지역에 민중봉기에 대해 알린다.

한국의 16개 도시에서는 새로운 시위에 관한 소식이 전해져온다.

군대는 현 사태를 통제하기 위해 더 많은 무기로 무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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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일파가 내란을 일으켰음이 명백해졌다.

적의 공격이 있어야 가능한 전국 비상계엄을 억지로 선포한 뒤 국회 기능마저 정지시켰다.

광주에서는 내란 목적으로 살인까지 저지르고 말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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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는 김대중을 체포했고 김영삼은 가택 연금시켰다.

힌츠페터는 일본 공항에서 3시간을 머문 후 다시 한국으로 돌아갔다.

광주로 내려가기 전 그는 김영삼의 집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카메라를 들고 있는 사람이 바로 힌츠페터 기자, 그리고 그 옆이 녹음기사 헤닝이다.





힌츠페터가 위험을 무릎쓰고 한국에 정확한 진실을 보도하기위해 애쓰는 사이 한국언론은 무거운 침묵으로 일관했다.

엄청난 사태가 일어났음을 눈치챌 어떠한 단서도 주지 않았다.

신군부가 계엄령을 통해 제2의 쿠데타를 일으켰고 최규하는 허수아비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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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5월 23일 다시 광주로 들어갔다.

이제 광주 부근 고속도로에서 탱크와 헬기까지 볼 수 있었다.

결국 우리는 다시 샛길을 찾아 들어갔다.

시위대를 만난 우리는 안내를 부탁했다.

그 사이 군대는 외곽으로 철수해 시내는 조용했다.

우리는 바로 중심가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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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앞에서 많은 시민들의 환영을 받았다.

우리는 마치 개선장군처럼 시위대의 차를 타고 광장으로 들어갔다.

수요일 떠났던 광주에 금요일 다시 돌아온 것이다.

이틀만에 다시 돌아온 우리를 알아보는 사람도 있었다.

나도 이들을 볼 수 있어 너무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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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사이 많은 사람이 죽었다.

그동안 희생된 사람의 관이 놓여진 가운데 사람들은 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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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전만 해도 젊은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이제 여자와 노인들의 모습도 많이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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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연단 위로 올라가 연설자들의 바로 앞에서 촬영했다.

이곳의 연설은 그 소리까지 잘 녹음하기 위해 애썼다.

사건이 끝나고 나는 한국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면서 이들의 모습을 많이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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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을 잃은 한 여자의 이야기도 필름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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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일이란 것은 알았지만 일본에서 돌아올 때 나는 가방속에 신문을 몇장 숨겨왔다.

광주 시민들이 자신들의 일이 보도된 신문을 보고싶어하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은 매우 관심있게 내가 가져온 신문을 봤다.


"호텔 근처에서 만난 한 나이든 남자와 대학생에게 줬다.

그들의 이름은 모른다.

맨 먼저 그곳에 모여있던 언론인들에게 신문을 보여주었는데

그들은 신문에서 어떻게 보도하고 있는지 궁금해했다.

그런 다음 신문을 돌려달라고 했고 적당한 사람들에게 주면서 조심해서 갖고 다니고 복사하라고 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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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시가지를 돌아다녀봤다.

사람들이 모여있는 병원 창고같은 곳으로 들어가니 관들이 있었다.

그런데 관이 모자라서 관에 들어가지 못하고 그냥 누워있는 시신들이 많았다.

나는 베트남전에서 종군기자로 활동하다 부상당하기도 했지만

실제로 이렇게 많은 시신을 보기는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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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사람의 가족들은 악을 쓰며 원통해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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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 앞 작은 체육관 앞에는 새로 죽은 사람의 명단이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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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체육관 안으로 들어갔다.

죽은 자의 친구와 가족들이 와 있었다.

관은 모두 30여개 가량 됐던 것으로 기억한다.

특이하게도 관은 밧줄에 묶여있었고 태극기를 덮어 장식하고 있었다.

한 학생은 관에 일련번호를 매기고 있었다.

자식을 잃은 한 가족이 원통하게 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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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30m나 되는 거리를 단 한번에 촬영했다.

한 여자와 그녀의 남편이 체육관이 떠나갈 정도로 통곡할 때까지 말이다.

아직도 그 소리가 생생하고 내 자료를 볼 때마다 그 소리가 들린다.

그 장면이 나를 슬프게 했고 오늘에도 소름이 돋을 정도로 비통한 심정이 된다.

그 때 나는 눈물을 흘리면서 그곳을 떠났고 거기에 있는 성직자 한 명만 촬영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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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목사, 신부 등으로 이루어진 위원회가 군과 협상을 한 후

그 결정에 따라 학생들이 총을 반납했다.

도청 안의 수위실로 보이는 곳이 바로 총기 반납 장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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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는 시장이 열리고 있었다.

나는 이곳에서 과일과 음료수를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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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 시신이 즐비한 도청 앞 진압군은 옷을 바꿔 입었지만 초기에 사람을 살해했던 그 공수부대였다.

진압군은 시신마저 훼손하고 있었다.


"안되면 되게 하라! 특전부대 용사여!"

(군인새끼들이 부르는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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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사태는 발생 10일만에 진압되서 평정되어가고 있습니다.

북한 괴뢰는 여전히 사태에 대한 선동에 광분하고 있습니다.



KBS는 뉴스시간 내내 진상을 한 마디도 말하지 않았다.

오히려 북한 괴뢰 운운하면서 광주시민을 위협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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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 9월 1일 전두환 장군은 한국의 대통령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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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감시당하고 있던 그는 86년 서울 광화문에서 시위를 취재하던 중 사복경찰에게 끌려갔다.

그리고 노상에서 집단구타를 당해 목뼈와 척추가 부러지는 중상을 당했다.


광주민주화운동의 진실을 알리고자 했던 위르겐 힌츠페터는 생전에 가족들에게

‘죽으면 광주에 묻어달라’는 뜻을 수차례 밝혔고

2016년 5월, 고인의 머리카락과 손톱 등 유품이 광주 망월동 5.18 묘역에 안치되었다.


나는 그 사람들이 외치는 소리를 모두 들었다.
너무 슬퍼 눈물을 흘리면서도 나는 기록했다.
한국 언론에서 거짓을 말하고 있다는 것도 알았다.
진실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가도 알고있었다.
그렇지만 나는 진실을 외면할 수 없었다.
내 필름에 기록된 모든 것은 내 눈 앞에 실제로 일어났던 일,
피할 수 없는 진실이기 때문이다.

- 위르겐 힌츠페터 -
추천 9

작성일2024-12-20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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