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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룡포 보고 민화 붓으로 그린 ‘용’…미국서 각종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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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룡포 보고 민화 붓으로 그린 ‘용’…미국서 각종 수상



칼데콧상 한국인 최초 수상한 차호윤 작가

‘용을 찾아서’로 칼데콧 영예상을 수상한 차호윤 작가. 차호윤 작가 제공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올 텐데 놓치지 말고 받으세요.”


 올 1월 차호윤(29) 작가는 소속사로부터 영문 모를 문자를 받았다. 걸려온 전화의 발신인은 칼데콧상 위원회였다. 전화기 너머의 목소리는 ‘용을 찾아서’(The Truth About Dragons)가 영예상을 수상했다고 전했다. 칼데콧상은 미국도서관협회에서 전년도에 출판된 아동 대상의 그림책 중 가장 뛰어난 작품의 일러스트레이터에게 시상한다. 저녁에 ‘수상한’ 문자가 한 번 더 왔다. 걸려온 전화는 아시아·태평양 미국인 문학상(APAAL) 수상 소식이었다.



칼데콧상은 한국인으로서는 최초 수상이다. 미국과 한국 이중국적의 차 작가는 ‘용을 찾아서’를 출판하면서 미국 이름(한나 차) 대신 한국 이름으로 표기해 넣었다. 지난 9월30일 출간(장미란 옮김, 열린어린이 펴냄)된 한국어판에도 ‘차호윤’이 적혔다. 미국 보스턴에 거주하는 차 작가를 지난달 25일 온라인 화상 프로그램으로 만났다. 한국어 인터뷰는 처음이라고 했다. 그는 초등학교 4학년부터 중학교 때까지 한국에서 학교를 다녔고, 지금도 한국어가 유창하다.



‘용을 찾아서’ 한국어판 표지. 열린어린이 제공
‘용을 찾아서’ 스케치 그림. 차호윤 작가 제공




‘용을 찾아서’는 모험을 떠난 소년이 지혜로운 할머니의 안내로 빨간 용과 파란 용을 만나는 이야기다. 중국계 미국인 작가 줄리 렁은 동양과 서양에서 다르게 묘사되는 용을 소재로 글을 썼다. 서양의 용은 깊은 동굴에 살고 날개로 날아다니며 불을 뿜는 무시무시한 존재다. 동양의 용은 여의주를 입에 물고 하늘로 올라가는 신성한 존재다.


‘용을 찾아서’는 서양과 동양의 신화 속 용을 찾아 떠나는 소년을 그린다. 열린어린이 제공





“모험가들은 보통 한 가지 이야기만 믿는단다. (…) 하지만 내 사랑, 우리 아가, 이제 소중한 비밀을 알려줄게. 네 마음속에는 두 숲이 만나는 곳이 있단다. 넌 두 숲 모두 가볼 수 있어. 두 세계 모두 발견할 수 있고.” 


그림 작가를 찾고 있던 ‘용을 찾아서’의 원고를 읽었을 때 눈물이 터졌다. 한국인으로서 미국에서 거주하며 느낀 ‘정체성의 질문’에 대한 답처럼 보였다. “어린 시절 겪은 혼돈과 갈등이 생각났다. 어디 하나 고를 필요 없이 받아들이는 것이 위안이 되더라.”

온라인 화상 프로그램을 통해 만난 차호윤 작가. 뒤쪽으로 칼데콧(왼쪽부터)과 아시아·태평양 미국인 문학상의 상패가 보인다. 온라인 화상 프로그램 화면 갈무리


렁 작가 역시 2020년 팬데믹 발발 후 아시안 혐오로 떠들썩했던 때 태어난 혼혈 아들에게 힘을 주고 싶어서 글을 썼다. 이야기 속 두 동서양 할머니는 어머니와 시어머니를 연상하며 썼다. 차 작가가 “중국 쪽 자료조사를 많이 하겠지만, 한국적 요소가 어쩔 수 없이 들어갈 것”이라는 염려를 전했더니, 렁 작가는 “너의 시선으로 그려준다면 좋겠다”고 답했다. 한국과 중국의 차이를 모르는 사람의 눈에 한국의 것을 중국의 것으로 오해할 수 있는 부분에서는 중국적으로 그렸지만, 상상의 부분에서는 자유롭게 한국적 미감을 살렸다. 용은 조선 임금이 입던 곤룡포를 참고했다.


서양 편에서는 날카로운 펜촉으로 장식선을 테두리에 그려 넣었고, 동양 편에서는 민화 붓을 썼다. “민화 붓을 너무 좋아한다. 수채화 붓은 균일하게 잉크가 퍼지지만, 민화 붓은 잉크를 머금고 있어서 얇고 굵게 표현하기에 좋다.” 그는 로드아일랜드 디자인 학교 재학 중 여름방학 때 한국에 와서 정영애 선생의 민화 수업을 들었다. 대학교 졸업작품인 ‘큰산 마을 작은 발’(Tiny Feet Between the Moutains)의 호랑이는 김홍도 ‘송하맹호도’의 부리부리한 눈이 그대로다. 빛과 그림자의 대조와 작고 큰 모양의 대조가 인상적인 이 작품은 민화 작가의 것이라 해도 믿을 만큼 한국적이다. 큰산 사이 마을의 작은 아이 ‘소인’이 태양을 삼킨 호랑이를 도와주고, 산처럼 큰 호랑이를 타고 마을로 돌아오는 이야기다.

‘큰산 마을 작은 발’의 그림. 소인이 호랑이 등에 타고 마을로 돌아가고 있다. 열린어린이 제공


차 작가는 ‘갯벌이 좋아요’ ‘숨쉬는 항아리’ ‘쪽빛을 찾아서’ 동화책을 화면 너머로 보여주었다. ‘솔거나라’ 시리즈(보림 전통문화그림책)는 잠들기 전 어머니가 읽어주던 그림책이다. 미국에서는 만날 수 없는 갯벌과, 김치와 장을 담그던 항아리, 어렵게 색깔을 낼 수 있는 ‘쪽빛’의 이야기를 오래도록 기억했다. “미국으로 들고 온 그림책 세트는 어머니가 한꺼번에 다른 사람에게 준 것 같아요. 책의 그림들이 아른아른거려서 최근에 헌책방에서 구했어요.” 다음 작품 역시 큰 세상의 작은 사람 이야기다. “한국적인 것에 갇히는 것 같아서 이야기를 고르고 있어요. 난쟁이가 나오는 판타지가 될 것 같아요.”


구둘래 기자 

추천 1

작성일2024-10-0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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