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어오는 바람 한줄기, 흔들리는 나뭇잎, 가로등의 어슴푸레한 불빛, 사랑하는 사람의 전화 목소리조차 마음의 물살 위에 파문을 일으킨다.
외로움이 깊어질 때 사람들은 그 외로움을 표현하는 자신만의 방식이 있다
어떤 사람은 밤새워 술을 마시고 어떤 사람은 빈 술병을 보며 운다. 지나간 시절의 유행가를 몽땅 끄집어내 부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오래전에 연락이 끊긴 이의 집에 전화를 걸어 혼곤히 잠든 그의 꿈을 흔들어놓기도 한다. 아예 길가의 전신주를 동무삼아 밤새워 씨름하다 새벽녘에 한 움큼의 오물덩이를 남기고 어디론가 떠나는 이도 있다.
내 친구 H는 외로울 때면 빵 봉지와 사과상자를 들고 고아원과 양로원을 찾는 버릇이 있다. 실컷 사랑에 차 있어야 할 시절, 따뜻한 보호를 받아야 할 사람들의 시린 그림자 앞에서 속울음을 참고 한나절 보내면 외로움이 잡힌다고 했다.
포항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구룡포 행 버스를 타고 장기곶으로 가는 동안, 길은 많이 쓸쓸했다. 마음의 풍경 탓이다. 나는 인생이 아름다운 것은 우리들 삶의 골목골목에 예정도 없이 찾아오는 외로움이 있기 때문이라 믿는 사람이다.
외로울 때가 좋은 것이다. 물론 외로움이 찾아올 때 그것을 충분히 견뎌내며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다들 아파하고 방황한다.
이 점 사랑이 찾아올 때와 확연히 다르다. 사랑이 찾아올 때....... 그 순간을 생각하는 것만으로 사람들은 행복해진다.
길을 걷다 까닭 없이 웃고, 하늘을 보면 한없이 푸른빛에 설레고, 엘리베이터 안에서 만난 모르는 이에게도 `안녕` 하고 따뜻한 인사를 한다. 사랑이 찾아올 때, 사람들은 호젓이 기뻐하며 자신에게 찾아온 삶의 시간들을 충분히 의미 깊은 것으로 받아들인다.
외로움이 찾아올 때, 사실은 그 순간이 인생에 있어 사랑이 찾아올 때보다 더 귀한 시간이다. 쓴 외로움을 받아들이는 방식에 따라 한 인간의 삶의 깊이, 삶의 우아한 형상들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구룡포.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이 항구는 정말 아름답다. 동해안의 맨 끝. 그래서 나라 안에서 해가 맨 먼저 뜨는 마을 외로움이 깊어져서 숨도 쉬기 힘들어질 때 나는 구룡포를 찾는다.
동해 연안에 추억을 부린 모든 고기잡이배들이 정박해 있는 것 같은 북적대는 선창 풍경. 그 배들의 수효보다 훨씬 더 많은 것 같은 갈매기들의 모습...... 그 모든 풍경들이 한 순간 여행자가 안고 온 외로움의 봇짐들을 파도 저 멀리 실어 보낸다.
(후략)
Paganini / Sonata No.6 - Andante Innocentemente No 1 in A major I.Minuetto,Adagio, II.Polenese, Quasi Allegro No 2 in C major I. Larghetto espressivo, II. Allegro Spiritoso No 3 in D minor I. Adagio maestoso, II. Andantino galantemente No 5 in D major I.Andante Moderato, II.Allegro spiritoso No 6 in A minor I.Largo con precisione, II.Tempo di Walz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