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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오는 날엔 - 서 정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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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오는 날엔"

서 정윤

눈 오는 날에
아이들이 지나간 운동장에 서면
나뭇가지에 얹히지도 못한 눈들이
더러는 다시 하늘로 가고
더러는 내 발에 밟히고 있다.

날으는 눈에 기대를 걸어보아도, 결국
어디에선가 한방울 눈물로서
누군가의 가슴에
인생의 허전함을 심어주겠지만
우리들이 우리들의 외로움을
불편해 할 쯤이면
멀리서 반가운 친구라도 왔으면 좋겠다.

날개라도, 눈처럼 연약한
날개라도 가지고 태어났었다면
우연도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만남을 위해
녹아지며 날아보리라만
누군가의 머리 속에 남는다는 것
오래오래 기억해 주기를 바라는 것조차
한갓 인간의 욕심이었다는 것을
눈물로 알게 되리라.

어디 다른 길이 보일지라도
스스로의 표정을 고집함은
그리 오래지 않을 나의 삶을
보다 <나>답게 살고 싶음이고
마지막에 한번쯤 돌아보고 싶음이다.
내가 용납할 수 없는 그 누구도
나름대로는 열심히 살아갈 것이고
나에게 "나" 이상을 요구하는
사람이 부담스러운 것만큼
그도 나를 아쉬워할 것이다.

보지 말아야 할 것은
보지 않으며 살아야 하고
분노하여야 할 곳에서는
눈물로 흥분하여야겠지만
나조차 용서할 수 없는 알량한
양면성이 더욱 비참해진다.

나를 가장 사랑하는 "나"조차
허상일 수 있고
눈물로 녹아 없어질 수 있는
진실일 수 있다.

누구나 쓰고 있는 자신의 탈을
깨뜨릴 수 없는 것이라는 걸
서서히 깨달아 갈 즈음
고개를 들고 하늘을 볼 뿐이다.
하늘 가득 흩어지는 얼굴.
눈이 내리면 만나보리라
마지막을 조용히 보낼 수 있는 용기와
웃으며 이길 수 있는 가슴 아픔을
품고 있는 사람을
만날 수 있으리라, 눈오는 날엔.

헤어짐도 만남처럼 가상이라면
내 속의 그 누구라도 불러보고 싶다.

눈이 내리면 만나보리라
눈이 그치면,
눈이 그치면 만나보리라.



Cynthia Jordan Piano
Rainmelody` Waltz, A Mother's Heart
Shadow Dancer, Shepherds and Angels
Sedona, Greensleeves, The Emerald Valley




작성일2011-12-03 14:56

깜깜이님의 댓글

깜깜이
참 아름다워요.

김기자님의 댓글

김기자


첫눈 오는 날 만나자 / 안도현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어머니가 싸리 빗자루로 쓸어 놓은 눈길을 걸어
누구의 발자국 하나 찍히지 않은
순백의 골목을 지나
새들의 발자국 같은 흰 발자국을 남기며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러 가자

팔짱을 끼고 더러 눈길에 미끄러지기도 하면서
가난한 아저씨가 연탄 화덕 앞에 쭈그리고 앉아
목 장갑 낀 손으로 구워 놓은 군밤을
더러 사먹기도 하면서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
눈물이 나도록 웃으며 눈길을 걸어가자

사랑하는 사람들만이 첫눈을 기다린다
첫눈을 기다리는 사람들만이
첫눈 같은 세상이 오기를 기다린다
아직도 첫눈 오는 날 만나자고
약속하는 사람들 때문에 첫눈은 내린다

세상에 눈이 내린다는 것과
눈 내리는 거리를 걸을 수 있다는 것은
그 얼마나 큰 축복인가?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
커피를 마시고 눈 내리는 기차역 부근을 서성거리자



선비님 덕분에
깡통줍는 순간만 빼고는
늘 좋은 음악을 듣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한국에서 맞는 눈과
타호같이 눈 오는곳에서 맞는 눈은
그 느낌이 틀림을 여러번 느낌니다.

저도 오래전
첫사랑 하던 보람이와
첫눈 오는날 만나기로 약속했지만
끝내 약속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그래서인지
한국의 눈은 언젠가는 만날 첫사랑에 대한 설레움이 있어서
슬프고도 아름답지만

이곳의 눈은
아무겄도 기대할수겄도 없고
그저 눈으로 보고 돌아올수밖에 없는
그저 눈으로만 보이는것 갔습니다.

눈이 눈에 들어가서 나오는 눈물은
눈물인지 눈물인지 모르겠습다.




좋은친구님의 댓글

좋은친구
<img src=http://cfile230.uf.daum.net/image/20595A484EC09A3A0343F0>

멋진술로님의 댓글

멋진술로

안도현님의 첫눈을 읽다보니

이민오기전 한국에서 밟았던 눈길이 생각납니다..
뽀드득.. 뽀드득..
눈길을 좋아했던 여친과 꼬옥 붙어 걷던 눈길..
기차시간에 늦어 책가방을 휘두르며 달렸던 눈길..
홀로 눈을 맞으며 한참을 서있었던..

좋은친구님의 댓글

좋은친구
<img src=http://cfile202.uf.daum.net/image/135FD1394EDAEC26222B92>

좋은친구님의 댓글

좋은친구
<img src=http://cfile202.uf.daum.net/image/193E594F4EDAA275307A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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