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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아, 길을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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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롱에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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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아, 길을 묻는다.'를 읽고
(김 원일 저)

비가 온다. 바람도 분다.
바람에 실린 비는 머리를 적시고 어깨를 적시고 흘러 길을 덮는다. 눈먼 사랑처럼...
가슴까지 다 젖어들었을 때, 그제서야 느낄 수 있다. 사랑으로 세상을 버린 가슴 속으로 평화
가 비처럼 적셔옴을...

눈 먼 사랑이 있었다. 눈은 멀고 아무 것도 볼 수 없다.
그 사랑은 치열하다. 가진 것 다 버리고, 다 떠나보내고 오로지 사랑만으로 죽으리라는 듯 치열하다.
가난한 보퉁이 앞가슴에 보듬고 지팡이 의지한 여인의 발걸음으로 낙엽 밟히는 추운 산등성이를 걸을 때 캄캄한 세상에 사랑이 앞서 걷는다.
그 사랑이 길터준 곳에 먼저 와 기다리는 추위와 배고픔 그리고 죽음, 하지만 그 곳을 향해 손잡고 내딛는 걸음마다 고여드는 행복.

김원일의 (사랑아, 길을 묻는다.)는 조선조 말 불륜 남녀의 야반도주로 시작된다.
동 트기 전, 남 몰래 담을 넘어 아내와 자식을, 남편과 집을 버리고 신앙을 등진 채 길 떠나는 남녀의 이야기가 길따라 펼쳐진다.
천주교 공소에서 만난 47세의 한량 서한중과 김참봉의 후실 서리댁의 기구한 사랑이 그 행로를 시작한 것이다. 그들의 만남은 고난의 시작이었지만 한편 주인공 서한중의 말 그대로 위선과 과거를 벗어난 새로운 출발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 시련의 길 끝에서 서한중의 죽음이 기다리고 있고 서리댁의 앞 못보는 불구가 준비되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불행했을까.

이 소설은 로드무비의 형식을 갖춘다. 사랑을 택한 남녀의 처절한 삶이 길 따라 펼쳐진다.
순흥에서 봉양으로 그리고 영월과 부석으로...
그들은 그 길에서 온갖 천대와 질시를 받고 배고픔과 추위, 병고를 당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곁에 두었기에 살아볼 만한 세상이라며 노래를 읊으며 그 길들을 걷는다.
죽어가는 몸으로 숨이 턱까지 차 오르는 재를 넘을 때, 남자는 여인을 지게에 지고 눈 먼 여인은 가슴이 메인다. 그 길 끝에서 기다리는 죽음. 죽음으로 얻은 사랑을 남자는 길에 버려둔 채 눈을 감는다.

추운 겨울날을 배경으로 안개 속으로 걸어가는 고난한 연인의 이야기.
온 세상이 비로 젖은 날, 죽어도 좋은 옛 사람의 사랑 이야기를 읽었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들, 사랑을 위해 목숨을 바친들 그 남자의 일생은 아름답다.









작성일2012-11-10 23:20

김기자님의 댓글

김기자
초롱엄마님의 짧은 독후감식 글이지만
사랑에 모든것을 건 두 남녀의 갈등과 열망이
추운 날씨의 산길과 들판을 눈앞에 보여주며
현실감 있게 다가옵니다.

전 갠적으로 사랑 이야기 책은 멀리하는 편인데
초롱엄마님땜에 시간 나는데로 일고싶은 욕망이 듭니다.

존 밤에 존 글 잘 읽었습니다 ^^

하나 님의 댓글

하나
캬~정말  소중하고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네요    이정도의  사랑이라면  한번쯤,? ㅎㅎㅎㅎ 암튼  럽스토리  잘읽고갑니다

깜깜이님의 댓글

깜깜이
근데 해피 엔딩이 아니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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