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연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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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연가 (2)
숙은 혼란스러웠다, 마구 흩날리는 눈발 속에서 어지러이 흔들리고 있는 듯.
“...외로왔습니다.” 하는 말이 작은 방을 울리고 있었다.
어깨를 움츠렸다가 펴며 헛웃음을 한 번 웃던 숙은 이런 기분에서 벗어나기는 잠 밖에 또 무엇이 있으랴 하며 불을 끄고 자리에 누웠다.
눈을 감은 채, 숙은 또 다시 그 소리를 들었다. “ ...외로왔습니다.”
그 목소리는 숙의 가슴에 눈처럼 내려 쌓이고 어느 눈 내리는 산 속 외진 부대의 연병장으로 숙을 데려갔다.
눈은 쉬임없이 내리고 내려 쌓이고 쌓여 온통 하얀 하늘과 하얀 땅인데 하얗게 덮인 연병장 한 켠에서 눈을 치우는 외로운 남자가 있었다.
“...눈이...외로왔습니다.”
일어나 창을 열었다. 이곳에도 하늘은 눈을 예고하는가 별도 달도 없었다.
쓸쓸한 겨울바람만 거리를 메우고 있었다.
“눈이 또 내리면...”
놀란듯이 불을 켜고 앉은 숙은 전화번호부를 뒤적거리더니 이내 메모지에 전화번호 하나을 옮겨적었다. 그리곤 머뭇거림도 없이 번호를 눌렀다.
“저... 방송된 편지를 보낸 사람의 이름과 주소를 확인하고 싶은데요. 방금 끝난 '한밤의 음악 편지'에서 방송된 군인의 편지...”
“네...기다리겠습니다.”
더디게 흐르는 시간 내내 가슴은 두근거렸고 펜을 잡은 손은 떨렸다.
“네...감사합니다.”
'뭘 어쩌자는거지.'
숙은 고개를 흔들며 자리에 누웠다. 창문이 조금 흔들렸고 창으로 보이는 하늘에는 천천히 눈이 내리고 있었다.
십사년 전, 크리스마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생이 되어 처음 맞는 크리스마스였다.
그 나이쯤의 계집아이들은 다 그렇겠지만 한 동네에서 숙과 함께 자라고 커온 우리 네명은 지난 크리스마스와는 뭔가 다른 크리스마스를 꿈꾸며 온통 들떠 있었다.
교회에서 열리는 성탄발표회, 음악회와 문학의 밤...
그 모든 행사에 참가하는 것 외에 무언가가 더 계획됐어야 했다.
몇날의 음모가 끝난 뒤 우리에게 내려진 결론은 우리 중의 하나인 경의 언니를 졸라 성탄전야의 새벽송을 따라 가는 것이었다.
경의 언니는 노래를 잘 해서 교회의 찬양대이기도 했지만 우리 넷의 부모님들도 다 인정하는 모범생있었다.
얼마나 매달리고 졸라댔을지...
우리는 어른과 언니, 오빠들 틈에 끼어 가장 어린 성탄의 메신저들이 되었던 것이다.
낮부터 하늘은 잿빛이어서 우리는 동그란 눈으로 눈오는 크리스마스 이브를 예감하며 즐거워했다.
부모님도 허락한 늦은 귀가, 아니 외박이 큰 선물이 되어 온 종일 교회에 모여 모든 행사를 참견하며 이리저리 동동거리며 하루를 보내고는 밤 1시를 넘겨서 드디어 넓은 세상에 처음 발을 내딛는양 흥분되어 거리로 나섰다.
캐롤이 집집마다 울리고, 그 집에서 따뜻한 대접을 받고, 다시 거리의 사이사이 재미난 이야기꽃을 피우며 걸을 때 부드러운 솜의 느낌으로 새의 가는 털인듯한 흰 눈이 날리기 시작했다.
우리의 예감은 적중했던 것이다.
어느 새 눈은 우리의 발목까지 차올라 올만큼 쌓였다. 아직은 새벽은 이른 무렵이었고 새벽송은 마쳐진 시각이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어른 아이 할 것없이 눈을 뭉쳐 던지며 즐거워했다.
우리도 빰이 깨어지는, 눈물이 쏟아질만큼 추운 밤바람에도 아랑 곳없이 서로가 서로에게 눈을 뭉쳐 던졌고 우리의 웃음소리는 깜깜한 세상을 메아리치며 끝도 없이 울려나갔다.
그 때, 숙은 눈을 뭉쳐 뒤돌아서며 누군가 던질 우리를 찾고 있었는데 어디선가 날라온 눈덩이가 숙의 얼굴로 향했고 이내 숙은 눈밭에 풀석 주저앉았다.
눈에 들어간 눈때문에 세상이 눈내리는 하늘처럼 희뿌옇기만 한데 누군가가 다가왔다. 우리 중의 하나가 아닌 것을 알아차린 숙이 일어서려다 다시 넘어질 듯했고 그 때 그아이가 숙의 손을 잡아 일으켜주었다.
그 때 숙은 보았다. 미안해 하는 눈빛, 무슨 말인가 하려는듯 하지만 아무 말 없이 달싹이기만 하는 입술.
그리고 눈을 털어내는 몸짓에 머리가 날리며 드러난 그 아이의 눈썹 위의 작으마한 점.
놀란듯이 불을 켜고 일어나 책상 앞에 바짝 다가앉은 숙은 어느 새 눈처럼 흰 종이를 펼치고 있었다.
(계속)
숙은 혼란스러웠다, 마구 흩날리는 눈발 속에서 어지러이 흔들리고 있는 듯.
“...외로왔습니다.” 하는 말이 작은 방을 울리고 있었다.
어깨를 움츠렸다가 펴며 헛웃음을 한 번 웃던 숙은 이런 기분에서 벗어나기는 잠 밖에 또 무엇이 있으랴 하며 불을 끄고 자리에 누웠다.
눈을 감은 채, 숙은 또 다시 그 소리를 들었다. “ ...외로왔습니다.”
그 목소리는 숙의 가슴에 눈처럼 내려 쌓이고 어느 눈 내리는 산 속 외진 부대의 연병장으로 숙을 데려갔다.
눈은 쉬임없이 내리고 내려 쌓이고 쌓여 온통 하얀 하늘과 하얀 땅인데 하얗게 덮인 연병장 한 켠에서 눈을 치우는 외로운 남자가 있었다.
“...눈이...외로왔습니다.”
일어나 창을 열었다. 이곳에도 하늘은 눈을 예고하는가 별도 달도 없었다.
쓸쓸한 겨울바람만 거리를 메우고 있었다.
“눈이 또 내리면...”
놀란듯이 불을 켜고 앉은 숙은 전화번호부를 뒤적거리더니 이내 메모지에 전화번호 하나을 옮겨적었다. 그리곤 머뭇거림도 없이 번호를 눌렀다.
“저... 방송된 편지를 보낸 사람의 이름과 주소를 확인하고 싶은데요. 방금 끝난 '한밤의 음악 편지'에서 방송된 군인의 편지...”
“네...기다리겠습니다.”
더디게 흐르는 시간 내내 가슴은 두근거렸고 펜을 잡은 손은 떨렸다.
“네...감사합니다.”
'뭘 어쩌자는거지.'
숙은 고개를 흔들며 자리에 누웠다. 창문이 조금 흔들렸고 창으로 보이는 하늘에는 천천히 눈이 내리고 있었다.
십사년 전, 크리스마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생이 되어 처음 맞는 크리스마스였다.
그 나이쯤의 계집아이들은 다 그렇겠지만 한 동네에서 숙과 함께 자라고 커온 우리 네명은 지난 크리스마스와는 뭔가 다른 크리스마스를 꿈꾸며 온통 들떠 있었다.
교회에서 열리는 성탄발표회, 음악회와 문학의 밤...
그 모든 행사에 참가하는 것 외에 무언가가 더 계획됐어야 했다.
몇날의 음모가 끝난 뒤 우리에게 내려진 결론은 우리 중의 하나인 경의 언니를 졸라 성탄전야의 새벽송을 따라 가는 것이었다.
경의 언니는 노래를 잘 해서 교회의 찬양대이기도 했지만 우리 넷의 부모님들도 다 인정하는 모범생있었다.
얼마나 매달리고 졸라댔을지...
우리는 어른과 언니, 오빠들 틈에 끼어 가장 어린 성탄의 메신저들이 되었던 것이다.
낮부터 하늘은 잿빛이어서 우리는 동그란 눈으로 눈오는 크리스마스 이브를 예감하며 즐거워했다.
부모님도 허락한 늦은 귀가, 아니 외박이 큰 선물이 되어 온 종일 교회에 모여 모든 행사를 참견하며 이리저리 동동거리며 하루를 보내고는 밤 1시를 넘겨서 드디어 넓은 세상에 처음 발을 내딛는양 흥분되어 거리로 나섰다.
캐롤이 집집마다 울리고, 그 집에서 따뜻한 대접을 받고, 다시 거리의 사이사이 재미난 이야기꽃을 피우며 걸을 때 부드러운 솜의 느낌으로 새의 가는 털인듯한 흰 눈이 날리기 시작했다.
우리의 예감은 적중했던 것이다.
어느 새 눈은 우리의 발목까지 차올라 올만큼 쌓였다. 아직은 새벽은 이른 무렵이었고 새벽송은 마쳐진 시각이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어른 아이 할 것없이 눈을 뭉쳐 던지며 즐거워했다.
우리도 빰이 깨어지는, 눈물이 쏟아질만큼 추운 밤바람에도 아랑 곳없이 서로가 서로에게 눈을 뭉쳐 던졌고 우리의 웃음소리는 깜깜한 세상을 메아리치며 끝도 없이 울려나갔다.
그 때, 숙은 눈을 뭉쳐 뒤돌아서며 누군가 던질 우리를 찾고 있었는데 어디선가 날라온 눈덩이가 숙의 얼굴로 향했고 이내 숙은 눈밭에 풀석 주저앉았다.
눈에 들어간 눈때문에 세상이 눈내리는 하늘처럼 희뿌옇기만 한데 누군가가 다가왔다. 우리 중의 하나가 아닌 것을 알아차린 숙이 일어서려다 다시 넘어질 듯했고 그 때 그아이가 숙의 손을 잡아 일으켜주었다.
그 때 숙은 보았다. 미안해 하는 눈빛, 무슨 말인가 하려는듯 하지만 아무 말 없이 달싹이기만 하는 입술.
그리고 눈을 털어내는 몸짓에 머리가 날리며 드러난 그 아이의 눈썹 위의 작으마한 점.
놀란듯이 불을 켜고 일어나 책상 앞에 바짝 다가앉은 숙은 어느 새 눈처럼 흰 종이를 펼치고 있었다.
(계속)
작성일2012-12-04 21:41
김기자님의 댓글
김기자
어린시절 크리스마스
교회에서의 춥지만 따스했던 기억
보람이를 닮은 소녀의 빠알간 볼..
희미한 추억의 등불을 밝혀주시는
초롱엄니님의 글 잘읽었습니다.
김가가 라면 먹은힘 다해서 응원합니다.
건필 하십시요 ^^
교회에서의 춥지만 따스했던 기억
보람이를 닮은 소녀의 빠알간 볼..
희미한 추억의 등불을 밝혀주시는
초롱엄니님의 글 잘읽었습니다.
김가가 라면 먹은힘 다해서 응원합니다.
건필 하십시요 ^^
깜깜이님의 댓글
깜깜이
겨울연가 1회에 이어서 아주 흥미진진하고 재미있어요. ^^
몇회까지 있는건가요? @.@
몇회까지 있는건가요? @.@
초롱에미님의 댓글
초롱에미
깜님~ 오랜만~~
재미있었다니 넘 감사해요. 두서없이...첨써보는거라
이건 3회로 끝낼려구요.ㅎㅎ
기자님~ 응원 덕에 마무리 곧 될 것 같애요~
재미있었다니 넘 감사해요. 두서없이...첨써보는거라
이건 3회로 끝낼려구요.ㅎㅎ
기자님~ 응원 덕에 마무리 곧 될 것 같애요~
깜깜이님의 댓글
깜깜이
엥? 3회? 좀 더 늘려서 써줘요 잉잉ㅇㅇㅇㅇㅇ~~
아니면 딴거 또. 오케이? 꼭요.
부~ 탁~ 해~ 요~ ^^
아니면 딴거 또. 오케이? 꼭요.
부~ 탁~ 해~ 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