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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품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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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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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품애용 현수막이 펄럭이는 때였다

반공방첨 포스터가 골목마다 도배 된
안창골목 주인이 자다 받은 전화는
문간방 사흘 후면 칠순인 김씨의 딸 전화였다

미국으로 시집간 영자의 전화로
지 아부지 칠순 때 못 나간다며 전해 달라는
말인데 감이 멀어 못 알아 들은 주인은 전화를 바꿔잡고

아니 니 온다고 니 아부지는 눈이 빠지게 기다리는데
얼른 안 나오고 전화는 뭔 전환데 이리도 감이 머냐
다시금 말해봐라 뭔 말이냐 니 남편이 머시라

`예 아자씨 제 남편 조지가 갑작스레 아파서요`
`머시,야가 시방 머라노 니 서방 그기 우찌 아픈데`
`아이고 아자씨 그기 아니고 제 남편 조지 부라운이요`

주인 남자는 휘둥그레진 눈으로 침을 한번 삼키며
무신놈의 전화가 이리도 감이 먼지 하며
전화통을 다시 바꿔잡아 귀에 바싹 대고는 소리를 쳤다

`머어라 그기 와 부라졌다 말이고 엉
우쨋기에 그래 좀 살살 안하고 마 무리했던가베`
`아이고 아자씨도 참 그기 아이고 제 남편 조지가요`

`그래 알것다 국제전화라 요금도 수월찮을낀데
니가 걱정이 만컸다.니 아부지 한테는 내가 잘 전하꾸마
여는 걱정 말고 우짜든동 빨리 나사야지 욕 바라이`

수화기를 놓은 주인은 혀를 끌끌거리며 문간방으로 가 전하자
영자 아부지 왈`세상에 그기 와 부라졌을꼬 명색이 미젠데
내 것은 국산이라도 50년 넘게 쓰도 까딱 없는데`하더란다

고함도 잘 안들리던 전화도
한창 귀한 시절이었다


*출처;한국고전 유모어

작성일2013-08-06 23:49

김기자님의 댓글

김기자
제것은 100% 순수 Made in Korea 임에도
그 수명이 일찍이 다하여...

이제는 약에 의지하며 근근히 살아가고 있습니다 ㅠㅠㅠ

지가람님의 댓글

지가람
예, 세월이 약이랬지요

세상에 세월만한 약이 있던가요
천지에 의지할 데가 세월 밖에 있던가요

미우나 고우나 그림자 같은 세월에나 근근해야지요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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