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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 오던 날 약속을 지키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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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 오던 날 약속을 지키셨나요



내가 이 찻집에서 일한지도 벌써 10년째입니다. 나는 항상 출근을 하면 청소를하기 전에 가게를 쭉 둘러보지요. 어제 왔었던 사람들을 기억해 보곤 웃음을 짓기도 합니다. 아무도 없는 찻집이 왁자지껄 해지면 그들의 숨소리, 웃음 소리들이 살아 움직입니다. 그들의 삶을 지켜보는 것이 내 유일한 기쁨이지요.
왜 우리 찻집이 MY SHINING STAR란 이름이 붙었는가 하면 맑은 낮시간에는 거의 손님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해가 지고, 또 비가 오는 날엔 발디딜 틈없고 누구라도 우리 찻집에 들어서면 열린 입을 다물지 못합니다. 그리고는 꼭 다시 찾곤하지요.

나또한 그 매력 탓인지 눌러앉아 있는 것이고 숱한 단골손님 또한 그렇습니다.
한번 와보시면 알겠지만 우리 찻집은 바닷가에 지어진 7층 건물의 꼭대기에 자리잡고 있으며 바다를 향한 벽에 커다란(한면이 모두 창이라 할 만큼)창이 있어 손님들은 가장자리 창쪽에 앉길
좋아 하네요.

그렇지만 바닷가의 다른 모든 식당과 찻집, 술집에도 이런창이 있지만, 하지만 어느 곳도 없는 것이 우리 찻집에 있습니다. 바로 천장이지요. 우리 찻집의 천장은 전체가 유리로 되어 있는 데 이것이 'MY SHINING STAR'의 매력입니다.
사람들은 우리 찻집의 푹신한 의자를 뒤로 저치고 비스듬이 누워 차를 마시며 하늘을 바라보길 좋아하고. 낮엔 수영복 차림의 미녀들이 누워 일광욕을 하기도 하며 밤에 연인들이 의자를 붙이고 나란히 누워 간단히 칵테일을 홀짝거리며 별자리 를 헤아리고 게다가 혹 비가 오는 날이면 천장유리에 부딧치며 튀는 빗방울들과 빗소리를 듣길 좋아하는 연인들로 가득합니다.

하늘을 보는 것을 잠시 잊어버렸던 사람들은 가끔씩 찾아 몇시간이고 누워서 하늘을 보다가 가기도 한합니다.
내가 처음 이 찻집에서 일하게 되었을 때, 나는 누워서 차를 마시는 것이 그렇게 어색할 수 없어서 한참을 당황해 한적도 있었는데,.. 물론 우리 찻집에 오는 손님들 이 다 눕지는 않습니다.
나이든 어른들은 앉아서 이야기 하길 좋아해 내가 차 를 끓이고 칵테일을 만드는 바에 둘러앉아 술을 마시고 꿈꾸는 젊음을 부러워 하기도 합니다.
나는 우리 찻집에 오는 손님들을 지켜보길 좋아한고. 그리고, 될 수 있으면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그들에 대해 알고 싶어합니다.
많은 사람들과 만나 보고 싶고 그들의 꿈과 그들의 삶을 듣고 싶습니다. 실제로 나는 이찻집에서 만났다가 결혼을 한 많은 연인들을 기억해 낼 수 있으며 그들의 꿈 또한 잘 알고 있지요.
나는 비록 꿈을 잃어버린 채 살아도 다른 사람의 꿈을 지켜보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행복을 느낄 수 있겠끔 변해버린것 같아요.
어느덧 MY SHINING STAR 는 내꿈이 되어 버렷고,~ 그런데 나는 이 찻집에서 일한지 10년째지만 아직 주인을 만나 보지 못했습니다. 주인은항상 내게 간단한 쪽지를 보내며. 물론 팩스로.... 그가 어디에 살고 있는지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릅니다.
그저 나는 온라인으로 부쳐오는 내 보수를 받고 가게 수입을 주인의 구좌에 예입하고 다시 각종 영수증과 서류를 팩스로 보냅니다.
나는 이 찻집을 운영하며 내가 주인인 것 처럼 행동하고 간혹 주인인양 착각하기도 하고 주인 또한 내 경영방식이 마음에 드는지 별 싫은 소리를 하지 않습니다. 조금씩 조금씩 내 보수가 늘어가고 나는 그 보수중 생활비를 제외한 대부분을 떼어 적금을 들고 있으며 언제 인가는
주인에게서 이 찻집을 인수받을거 라는 소망을 위해 마음이 다잡아 지지요.
찻집을 운영하면서 가장 힘든 일은 유리를 닦는 일입니다.
안팎을 모두 깨끗이 닦아 내려면 꼬박 하루가 걸리지요
그날이 바로 우리 찻집의 휴일이기도 합니다.
사다리를 놓고서 안유리부터 잘 닦아낸 다음 바깥유리를 닦는데 이때는 닦기 쉬운 천장
유리는 쉽지만 바다를 향한 유리는 약간 위험한 일입니다. 7층 높이에서 밑을 바라보는걸 좋아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것 같으니까요

다음이야기는 우리 찻집에서 벌어진 작은 사건의 이야기입니다.

*가을이 거의 끝나갈 무렵 겨울을 예고하는 비가 내리는 밤이었습니다 손님들이 별로 없었고
나 또한 비가 오는 날이면 천장유리로 쏟아지는 빗방울 들을 보는 걸 좋아했기 때문에 손님들이 몰려와 바빠지는 걸 원치 않아 했습니다.
창가에 몇몇의 연인들이 나란히 누워 정답게 속삭이며 블루마운틴과 브루하와이 등을 마시고 있었고, 밤에는 최대한 어둡게 하여 보름달의 신비로운 빛이나 촘촘한 별빛을 쐬게 한다는 내 방침에 따라 찻집은 어두컴컴한 채로 비를 맞고 있었습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나란히 기댄채 나즈막히 이야기하는 게 전부라서 매우 퇴폐적 인 분위기가 될거라는 주위의 걱정을 싹 가시게 한 점입니다. 그날은 비가와서 인지 천장에 부딧치는 빗소리를 들으며 일부러 음악도 틀지않았는데.
단지 습기를 없애려 촛불을 여러군데 켜 놓았다는 것 밖엔...... 한 남자가 들어왔습니다. 나는 꽤 오랫동안 여기서 일해왔지만 혼자서 여길 찾는 사람은 드물어 그는 적어도 누구를 만나러 여기 온 것은 아닌것 같고 그는 곧바로 에스프레소 한 잔을 주문하고 그는 바 모퉁이에 앉아서 아주 조용히 담배를 피우고 있었지요. 우리 찻집에 온 손님 중 내가 처음보았던 슬픈 눈이었습니다.
에스프레소를 한 잔 만들어 주자 그는 빙그레 웃었지만 참 슬픈 웃음이었습니다

-처음 오십니까?
-아뇨, 10년만이요..
-아! 그래세요?
-그때 당신은 처음 여기서 일하게 되었지요. 그때도 에스프레소를 주문했는데 맛이 형편없었소.
-지금은 썩 괜찮을 겁니다 하하.
-그때는 이곳 분위기를 참 좋아했는데....
-지금은 어떤 가요?
-지금은 저렇게 하늘을 보기가 점점 어려워지오.
-별빛을 보거나 빗방울들을 지켜보는게 그 때는 정말 행복했었는데 말이요.

더이상 그는 말을 하지 않았고. 더 묻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나는 손님이 마음을 열고 이야기 해 줄때까지 기다릴 뿐이었지요.
그 남자는 아주 지루하다 싶을 정 도로 천천히 에스프레소를 마시고는 한참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가 돌아가 버렸습니다.
옛날의 내 눈빛도 저랬으리라. 꿈을 잃어버린채 살아갈 때의 모습. 그 남자에 대한 추억이 다시 살아난 것은 문을 닫기 위해 불을 끄고 나가려 는 순간, 비가 그쳤다는 것을 알았고 날씨가 개이는 것을 보려고 불을 끈채 천장을 바라보고 있을 때였습니다.
구름이 빠르게 걷치고 별빛이 하나, 둘 드러날 때, 나는 거의 완벽한 그 남 자에 대한 기억을 되살려 냈고 물론 그 옆에 있던 한 여자도.
내가 MY SHINING STAR에서 일하게 되었을 때엔 모든 것을 포기하고 무작정 여기 해변으로 와서 밥벌이를 목적으로 무언가를 해야 했었다. 마침 그만두 는 사람이 있어 자리를 구하고 인수인계를 마치고 며칠 안되었을 때의 일이 었습니다
아마도 나는 그들로 인해 이곳 MY SHINING STAR를 사랑하게 된 것인 지도 모름니다.
와~~~~! 이런 곳도 다 있었군요.... 각종 컵들을 씻고 있던 내가 문득 입구를 보니 작고 귀여운 느낌의 여자가 (소녀라고 해야 맞을 것 같다.) 탄성을 올리고 그 옆에는 한 남자가 아주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고, 둘은 손을 꼭 잡고 있었으며(그때 남자는 에스프레소를, 여자는 레몬에이드를 시켰었다) 그들은 처음엔 의자를 세우고 마주보고 있었다. 여자는 자주 고개를 들고 자꾸만 천장을 올려다 보았고 그런 모습을 남자 는 아주 행복히 바라보고 있었는데. 내가
주문한 음료를 갖다주자 여자가 이렇게 말했던 걸로 기억된다.
여자는 계속 고개를 쳐들고 천장을 바라보고 있어 보다 못한 내가 충고를 했지요
-의자를 젖히시고 누워서 하늘을 보세요. 훨씬 편할 겁니다.

-네에.. 여자는 쑥스러운 듯 잠시 망설이다 남자를 보았다. 그렇게 하라는 뜻인지 남자가 웃었고 조심스럽게 그녀는 의자를 뒤로 젖혔다.

그들은 그 후로도 거의 매일 이곳에 들렀고 그들은 시간 이 지날수록 가까워져 나란히 누워서 빗방울이 유리로 떨어지는것 을 함께 보거나 보름달이 환하게 빛나는 밤하늘과, 그믐날 지독스레 반짝이는 별빛을 보는걸 좋아했습니다.

나는 우연히 그들의 대화내용을 듣게 되었던 적이 있었는데. “저 있잖아요. 이렇게 멋진 곳에 눈이 내리면 얼마나 좋을까요? 눈이 소복히 유리창에 쌓인다면 . 난 아마 기절할 꺼에요.
그런 일은 없을꺼야. 여긴 절대로 눈이 오지 않으니까.. 무척 슬픈 일이기도 하지만....
언젠가는 눈이 꼭 오겠죠. 우리가 변치 않는다면 언젠가 첫눈 오는 날 여길 다시 찾을 거구요”. 그때 그 여자의 아름다운 눈빛을 아직도 나는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그후로 나는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꿈꾸는 모습을 좋아하게 되었다.
*****너무 길어 2편으로 넘어 가겠습니다*****

https://youtu.be/2UzmYpcxPig

작성일2022-11-04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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