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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지금 껏 살면서 몇 번이나 죽을 뻔 했음을 느꼈는가.
나는 다섯 번을 죽을 뻔 했다.
모두 한국에서의 경험이지만, 그 때 정말 까닥했으면 죽었을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살면서 여러가지의 위험 천만한 상황에 부닺치는데 사회 안전에 만반의 준비가 된 국가일 수록 사람의 생명을 잃는 안전 사고가 줄어든다.
워낙에 좁은 땅에 인구밀도가 높으니 온갖 규정이나 법률이 별로 중요치 않게 넘어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나는 내 앞에서 죽은 사람을 세 번이나 봤다.
당시 내가 좀 더 현명하고 기지를 발휘했으면 그 분 들을 살렸을 건데, 지금 생각해도 너무 어이가 없다.

내가 중학교 일학년 때 수원 역 근처에서의 일이다.
해가 넘어가서 어둠이 다가오기 전에 수인선 동차가 건널목을 통과하고 있었다.
차단기가 내려오면서 땡땡땡 하고 신호를 주고 있는데
내 맞은 편에 할머니 한 분이 길을 건너고 있었다.
걸음이 늦으셔서 할머니가 차단기를 뒤에 두고 철길을 건너고 계셨다.
무심코 어! 할머니.하고 소리를 질렀지만 안들리시는 모양이다.
할머니는 두 단짜리 동차에 치이셔서 돌아 가셨는데 그 시신의 참혹함을 그대로 목격했다.
몇 달간을 가위에 눌려서 깨며 고통스러웠다.

정확히 일 년이 지나, 바로 그 자리에서 조금 옆으로. ..
역시 같은 시간에 동네 어르신이 붙들어 매어 놓은 소를 데릴러 왔는 모양이다.
나는 철길 공사용으로 쌓아 놓은 목재에 앉아 있었는데, 갑자기 소가 메어 있던 곳에서 어이쿠!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뒤를 돌아 보니 소가 여물을 뜯는지 머리를 땅에 대고 있었고 어르신은 보이지 않았다.
철길 둑 때문에...약간 어두워서...잘 보이질 않았다.
또 한번의 비명 소리를 듣고 접근하니 어르신은 땅에 누워서 소 뿔을 잡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철길 주변에 있는 돌을 집어서 소의 몸통에 던졌다.소는 나를 물끄러미 한 번 쳐다보더니 계속해서 아르신을 짖이기고 있었다.
마침 조금 떨어진 길 가에 삼천리 연탄 공장에서 퇴근하는 아저씨들이 보였다. 소리를 질러 사람들의 도움을 청했는데 사람들이 왜 그 모양인지 모두 멀뚱히 서서 보기만 했다.그러기를 벌써 꽤나 시간이 지나고 어르신이 더 이상 반항을 멈추자 소는 능청스럽게 풀을 뜯고 있었다. 누가 신고했는지 경찰이 출동했고 가지고 온 칼빈 총으로 사살했다. 어르신은 돌아가셨다.
며칠 후 동네에서 굿하는 소리가 들렸다.
호기심에 다가가니 무당이 입신한 소리를 하는데, 놀라운 것은 돌아가신 할머니와 어르신은 모자 지간이었다. 할머니가 돌아가시면서 뭘 않해 주어서 아들을 데려간 것이라 했다.

여름 방학을 맞이하여 인천 형님댁에 놀러갔다.
영흥도에 살며 인천으로 공부하러 온 큰 누님의 아들들과 뚝섬으로 수영을 하러 갔다.
나 보다 나이가 많은 조카들인데 바닷가에 살았으니 오죽이나 수영을 잘 하겠는가.
날이 더워서 사람들이 많았는데 한 쪽으로는 낙시하는 분들도 많았다.당시 수영을 못하는 나는 낙시하는 쪽에서 머물러 있었고 그 중 한 분이 수영하는 애들이 시끄러워서 고기가 안 잡힌다고 투덜대는가 싶더니 어느새 옷를 훌렁 벗고 물 속으로 다이빙을 했다.
왜 내 눈 길이 그 사람만 ?아 다녔는지 모른다. 그 사람은 수영을 대단히 잘 하는 것 처럼 보였는데 이 쪽에 있는가 싶으면 어느 새 저 만큼 가 있고, 특히 잠수를 잘 하는 분 같았다.안 보이다가는 어느새 나타나는 신출귀몰의 솜씨이다.
바로 내 앞에서 손을 비비 꼬으면서 물 속에 들어갔다가 나오면서 몹시 괴로운 표정을 짖고 있었다.
그리고는 물 속으로 들어간 것 같은데 그 자리에서 물 방울이 올라오고 있었다.
어디에 있을까 싶어 아무리 찾아도 그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마침 수영하던 큰 조카가 내게 다가왔다.
지금 것 있었던 상황을 얘기하자 조카가 소리지르면서 사람들에게 모두 뭍으로 나오라고 했다.
사람들에게 설명을 하고 각자 자기의 옷을 집으라고 했는데 역시나 낙시대 옆에 있던 옷은 그대로 남았다.조카와 서너 분이 내가 가리킨 곳으로 잠수하여 들어가 보니 웅덩이 바닥에 누워있어서 여러 명이 끄집어 냈다.
경찰이 왔다. 최초 발견자를 찾는데..... 조카 말이 연루되면 오라 가라 복잡하게 꼬인다며 그냥 가잔다.

세월호 참사 사건을 뉴스를 통해 모니터링 하면서 새삼 옛 날 일들이 떠 오른다.
전혀 경험이 없는.... 결과가 그렇게 나올 줄은 몰랐다는 식의...그 당시의 나의 무지함과 지적 부재가 죽어가는 사람을 물끄럼이 바라보 듯이...
별로 죄의식을 간절히 느껴지지 않는 50세 이상의 선원들이 당시의 13살의 내 모습과 너무 흡사하다.
많이 적재하고 급하게 틀면 배가 자빠진다는데 어! 진짜 자빠지네....
알아서 살아나올 줄 알았는데 죽어버렸네....
내 손으로 직접 죽인 것이 아니니....

한국 사람들은 너무 바빠서 금새 잊어 버린다....
미치겠다.

작성일2014-04-26 20:21

멋진술로님의 댓글

멋진술로
▶◀

시애님의 댓글

시애
누구나 다 죽음을 목격하고 죽음과 만나게 되는것 같습니다.. ㅠㅠ

오래전.. 키우던 hamster  가 죽었습니다.
밥도 먹지 못하고 울던 ......그 날의 슬픔은 옅어졌지만,
조그마한 가슴을 파닥거리며 죽어가던 그 불쌍한 모습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히 남아 에립니다... ㅠㅠ

죽음은  항상 두렵고 슬픈,생각하기도 무서운..그런 것이었습니다..

작년에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습니다..
죽는 순간의 모습을 보지 못하여서인지.. 편안한 얼굴로 누워계시는 할아버지를 보면서 죽음이 그리 두려운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가졌습니다..
어쩔도리없이 시간이 지나면  사랑하는 사람 하나하나 떠나 그곳으로 가겠지요..
사랑하는 이들이 먼저 가 있는 그곳..
어느 곳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들이 이미 가 있는 곳이기에...
언젠가 그 시간이 오면 두려움없이 갈 수 있겠다는..... 그런 생각을 했었습니다..

세월호,
우리들의 눈 앞에서 죽어간 어린 아이들....
그저 지켜보며 어이없이 떠나보낸 불쌍한 아이들.....  ㅠㅠ
.................  억장이 무너집니다.......................

멋진술로님의 댓글

멋진술로
가끔 인용하는 김하진 어린이의 삼행시는
한국인의 정서가 고스란히 녹아있는 듯 해서
놀라울 때가많다..
<font color= red><b>
소.. 방차가 불난집 불을 끈다
나.. 는 신나게 구경을 했다
기.. 절했다. 우리집이였다
<font color= black></b>
정치인들의.. 재벌가의..
자제분들이 탄 배가 가라앉았다면..
마른하늘에 소나기를 맞는 일이 있었을까..

bplat님의 댓글

bplat
지금은 세월호의 유가족이 제일 셉니다.누구든 그 들에게 걸리면 끝입니다.자식을 잃은 분들이니 세상 무서울 거 없지요.
언론이 보도지침을 방통위로 부터 받았다고 폭로하는 자체가 옛날과 판이하게 다르지요. 대통령 목전에서도 뭐든 말 할 수 았다는데에 그 분들의 분노와 세월이 변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국가 개혁하기에 절호의 찬스인데...제발 잘 ?으면 좋겠습니다.

멋진술로님의 댓글

멋진술로
<FONT COLOR= WHITE>
<BACKGROUND COLOR= BLACK>
흰눈 사이로~

멋진술로님의 댓글

멋진술로
<FONT COLOR= WHITE>
<BACKGROUND=http://radiomojarra.com/wp-content/uploads/2014/01/black-background-wood.WIDTH=600 HEIGHT=1200.jpg>
소.. 방차가 불난집 불을 끈다
나.. 는 신나게 구경을 했다
기.. 절했다. 우리집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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