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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닥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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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pl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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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만큼 건강에 자신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40세 전 후엔 병원에 갈 생각을 안한다.
고작해야 감기 정도나 혹은 피부 질환 정도....
혹은 무좀 따위... 배탈나는 거 정도.....
참아 이겨내거나 약방에서 간단한 약을 사서 먹던지 바르던지...하는 정도이다.
간혹 직장 문제로 피 검사를 할 때가 자신의 건강 상태를 알 수 있는 가장 정확한 기회일 것이다.

마눌님이 건강 진단을 받아 보라고 성화다.
하긴 이민올 때 받은 건강진단이 마지막이었지 하며 한 번 쯤은 받을 때가 됐음을 생각한다.
그럼에도 차일 피일 미루다가 어느 날 닥터에게 전화하여 예약을 했다.
굶고 오라 해서 물만 마시던 중.... 꼭 이런 날은 이래 저래 일이 꼬이면서 예약 시간을 한참 넘기고 쫄쫄이 굶고.... 한 여름의 땀 냄새하며....
꼬지지 한 모습으로 방문했다.
날이 더우니 앞이 훤히 터져있는 티셔츠를 입었다.

탁터 오피스에 들어가니 마침 진찰을 끝낸 닥터가 손님을 배웅하고 있었다.
손님이 나가자 나를 바라보고는 혀를 차고 있었다.
"아니 어쩌다 이 지경이 되도록 있다가 이제야 병원에 왔습니까? 제가 엘카미노 병원에 방을 잡아 놓을테니 지금 바로 병원에 가서 입원 수속하시고 가족 분들에게 갈아입을 속옷 좀 챙겨서 오라 하세요"

내 뒤에 누군가 있어서 그에게 하는 소린 줄 알고 두리번 거렸지만 나 외엔 아무도 없었다.
어이가 없어서 무슨 근거로 그런 말을 하는 지 되 물었다.
간암 말기란다.
청진기 한 번 대 보지도 않고. 혈액 검사하러 온 사람 한테 겉 모습만 보고 사형선고를 내리다니 기가 찼다.
나의 목 밑에 닭벼슬 모양의 붉은 색갈의 라인이 지나가는데 그 것이 간암 말기 증세란다.
"이런 붉은 색소 라인은 미국도 오기 전인 군 시절 부터 있던 건데 그럼 난 20년 전에 이미 죽었어야 합니다."
배 고프고 피곤해 죽겠구만 쓸데 없는 농담 말고 빨리 피나 뽑으라 했다.
그리고 줄 담배 피는 죄인으로 쬐금 불안하니 X-Ray 사진이나 찍어보자 했다.
나머지는 혈액검사 후에 얘기 나누자고 했다.
다행히 X-Ray 결과는 특별한 징조 없이 좋게 나왔다.
이런 교만이 나중에 크게 한 방 먹는 건 아닌지 걱정되기도 한다.

종종 한국 토크 쑈에서도 나오지 않는가.
야구 해설가인 어떤 분이 종합 병원에서.... 그 역시 술 담배를 엄청 즐기며.... 마눌님 성화에 종합 검진을 받았단다. 뭔지는 뭘라도 230만원 짜리 검진이라니까 머리 끝에서 발 끝 까지 정밀 검진을 했다는 얘기다.
혈압이 조금 높고.... 그러나 다른 부분들이 모두 정상이고 특별한 건강 상태로 유지되었음을 자화 자찬했다.
그로 부터 두 달 뒤에 심장마비로 병원에 실려와서 바이패스 수술을 받았다.
가슴 뼈를 오픈해야 하는 수술이니 굉장한 수술이다.
거기에 육개월 이상 운신을 못한다.

이 틀 후에 닥터 오피스에 방문했다.
내가 들어가자 닥터가 기다렸다는 듯이 내 앞에 두꺼운 화보 책자를 펼쳐 놓고 보여줬다.
아닌게 아니라 정말 똑같이 생긴 그림이 간암 말기로 표기되어 있었다.
환자와 한 마디 말도 섞기 전에 간암 말기로 선고를 한 것은 우습지만 만일 이 것이 맞는 진단이었다면 얼마나 명의로 소문 났을까...
혈액 검사가 너무나 잘 나왔으니 닥터로서는 오해할 수 밖에 없었던 변명도 필요했으리라...
관심 사항이었던 간은 너무 깨끗하여 이 참에 백신을 맞고 가라는데 보험이 커버가 안된다기에 사양했다.

그로 부터 십년 후에 결국은 다른 걸로 깜짝 죽다 살았다.

작성일2014-08-06 15:21

시애님의 댓글

시애
결벽증이 있으시다는 bplat님께서 줄담배를 하신다니.. ㅋㅋ
자기 관리를 꼼꼼히 잘 하시는 분 같은데..  ;p

십년 후 깜짝 죽었다 살아 돌아온 이야기..
궁금하고 기대됩니다.. ^^

bplat님의 댓글

bplat
줄담배 빼고는 철저하게
관리합니다.
시애님 처럼 와인도 안 마셔요.

시애님의 댓글

시애
ㅎㅎㅎ...
안 드시는 게 아니고.. 못 드시는 거..  잖아요..  :p

시애는
술취함의 달인이 다 되었습니다.. ㅋ
이제는  알딸딸이 취한 상태에서 편안히 잠도 잘 잡니다 ..^^

와인 뿐 아니라
생맥주 맛도 들여서.. 여기저기 다니고 있습니다.. ㅋㅋ
부러우시지요?..    ;p

bplat님의 댓글

bplat
하하...
부럽습니다.
건강만 해치지 않는다면
많이 즐기십시오.

시애님의 댓글

시애
부러우면 지는 거..  ㅋㅋ

매일 와인 잔 기울인지  오늘로 석 달..
이제는 2.3일 건너 보려고 합니다..(혹 중독인지 모르니까..ㅎ)
와인 노예 되고 싶지 않거든요.. ^^

Bplat님도
담배 2.3일 건너 보시지요..  :p

또.. 부러우시지요?..  ㅋㅋ

bplat님의 댓글

bplat
저. ?습니다.
한국 가고 싶어도 비행 시간 내내
금연 땜세 못가고 있습니다.

와인은 한 종류만 고집하시면
그 와인만 마셔야 해갈이 된답니다.
가능하면 여러 종류로 즐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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