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사랑방
* 욕설, 비방, 광고, 도배질 글은 임의로 삭제됩니다.

哀切한 老夫婦의 事緣 ♣

페이지 정보

산울림

본문

나는 무슨 사연인지 궁금했어.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매주 수요일 오후 3시면 어김없이
우리 만두 가게에 나타나는 거야.

대개는 할아버지가 먼저 와서 기다리지만
비가 온다거나 눈이 온다거나 날씨가 궂은 날이면
할머니가 먼저 와서
구석자리에 앉아 출입문을 바라보며 초조하게
할아버지를 기다리곤 해.

두 노인은 별말 없이 서로를 마주 보다가 생각난 듯
상대방에게 황급히 만두를 권하다가 눈이 마주치면
슬픈 영화를 보고 있는 것처럼 눈물이
고이기도 하고 말이야.

"대체 저 두 분은 어떤 사이일까?"

나는 만두를 빚고 있는 아내에게 속삭였어.

"글쎄요."
"부부 아닐까?"

"부부가 뭐 때문에 변두리 만두 가게에서 몰래 만나요?"
"허긴 부부라면 저렇게 애절한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보진 않겠지."

"무슨 뜻이에요?"
"안방 장롱처럼 고개만 돌리면 볼 수 있는 게 아내고
남편인데 뭐가 애틋할 게 있겠어?
그저 내 남편이구나 하며 사는 거지."

"뭐예요? 그럼 사랑으로 사는 게 아니라 타성으로 산단 말예요?"

아내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나는 '아차'했어.
아내의 기분을 거슬러 봐야 내게 득 될 것이 없다는 걸
일찍이 터득한 나는 재빨리 말을 돌렸어.

"일반적으로 그렇다는 거지.
내 가슴은 당신을 향한 사랑으로 늘 섭씨
구십구 도로 끓고 있다구."

아내는 눈을 흘겼지만 싫지 않은 기색이었어.

"저 두 분은 어떤 사이일까?"

나는 다시 할아버지와 할머니한테로 시선을 돌렸어.

"혹시 첫사랑이 아닐까요? 왜 그런 거 있잖아요.
서로 열렬히 사랑했는데 주위의 반대에 부딪혀
본의 아니게 헤어졌다.
그런데 몇십 년만에 우연히 만났다.
서로에게 가는 마음은 옛날 그대로인데 서로
가정이 있으니 어쩌겠는가…."

"그래서 이런 식으로 재회를 한단 말이지? 아주 소설을 써라."

말은 그렇게 했지만
나는 아내의 상상이 맞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

서로를 걱정하는 마음이 그대로 드러나는
따뜻한 눈빛이 두 노인이 아주 특별한 관계라는 걸 말했거든.

"근데, 저 할머니 어디 편찮으신 거 아니에요?
안색이 지난번보다 아주 못하신데요."

아내 역시 두 노인한테 쏠리는 관심이 어쩔 수 없는지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어.

그러고 보니까 오늘따라 할머니는 눈물을
자주 찍어내며 어깨를 들먹거렸어.
두 노인은 만두를 그대로 놓은 채 자리에서 일어났어.

할아버지는 돈을 지불하고 할머니의 어깨를 감싸안고 나갔어.
나는 두 노인이 거리 모퉁이를 돌아갈 때까지
시선을 뗄 수 없었어.

곧 쓰러질 듯 휘청거리며 걷는 할머니를
어미 닭이 병아리 감싸듯 그렇게 감싸안고 가는 할아버지.
두 노인의 모습이 내 마음을 아프게 했어.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대체 어떤 관계일까?
아내 말대로 첫사랑일까?
사람은 늙어도 사랑은 늙지 않는 법이니까 그럴 수도 있겠지.

"어머? 비가 오네. 여보, 빨리 솥뚜껑 닫아요."
그러나 나는 솥뚜껑 닫을 생각보다는 두 노인의 걱정이 앞섰어.

"우산도 없을 텐데…."

다음 주 수요일에 오면 내가 먼저 말을 붙여볼 생각이었어.
그런데 다음주도 그 다음주도 우리 만두 집에 나타나지 않는 거야.

처음엔 몹시 궁금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두 노인에 대한 생각이
묵은 사진첩에 낡은 사진처럼 빛바래기 시작했어.

그게 사람인가봐. 자기와 관계없는 일은 금방 잊게 마련인 거.

그런데 두 달이 지난 어느 수요일 날,
정확히 세 시에 할아버지가 나타난 거야.
좀 마르고 초췌해 보였지만 영락없이 그 할아버지였어.

"오랜만에 오셨네요."

할아버지는 아무 말 없이 조금 웃어 보였어.

"할머니도 곧 오시겠지요?"

할아버지는 고개를 가로 저으며
"못 와. 하늘나라에 갔어."하는 거야.

나와 아내는 들고 있던 만두 접시를 떨어뜨릴 만큼 놀랬어.

울먹이는 할아버지 얘기를 듣고 우리 부부는 벌린
입을 다물수가 없었어.
너무 기가 막혀서, 너무 안타까워서...

두 분은 부부인데 할아버지는 수원의 큰아들 집에,
할머니는 목동의 작은아들 집에 사셨대.
두 분이 싸우셨냐구?
그게 아니라 아들 며느리가 싸운거지.

큰 며느리가 다 같은 며느리인데 나만 부모를 모실 수가 없다고
강경하게 나오는 바람에 공평하게 양쪽 집에서
아버지 어머니 한 분씩 모신 거야.

그래서 두 분은 견우와 직녀처럼 가끔 밖에서 만난 거구.

"이제 나만 죽으면 돼. 천국에선 같이 살 수 있겠지."

할아버지는 중얼거리며 창 밖으로 시선을 던졌어.

이 땅에 아들이고 며느리인 나와 아내는 죄인처럼
할아버지 앞에서 고개를 들 수 없었어.

https://youtu.be/vE5slXfhkrA

작성일2022-11-14 21:29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SF 사랑방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2125 True Love from the Movie High society Bing Crosby &… 유샤인 2023-03-28 27
2124 Nita Juanita - Robert Shaw Chorale 니타! 후아니타여! - 로버트 샤 코랄 (스페… 유샤인 2023-03-26 30
2123 Cherry Pink and Apple Blossom White -Pat Boone 벚꽃 핑크빛에 사과꽃 하… 유샤인 2023-03-25 23
2122 Some Enchanted Evening 황홀한 저녁에 영화 남태평양(South Pacific)에 나오는 … 유샤인 2023-03-25 19
2121 미국의 사법제도가 얼마나 돈에 매수되어 있는 지는 남한의 사법부의 타락보다 더한 것 같다. 유샤인 2023-03-21 36
2120 MS223 트럼프 체포 되나? - 마이클 심 비디오 유샤인 2023-03-21 35
2119 O The Deep, Deep Love of Jesus - Achilles Buchanan 오 그 깊고, 깊… 인기글 유샤인 2023-03-02 141
2118 The Lily of the valley - The Joyful Noise 계곡의 백합화 (한국 찬송가 88… 인기글 유샤인 2023-02-28 139
2117 첫사랑 - 김효근 작사/작곡 (테너 김승직) My First Love -Music & Lyrics: Kim … 인기글 유샤인 2023-02-26 131
2116 Rock Of Ages - George Beverly Shea 영원한 반석 갈라졌으니 (한국찬송가 만세반석)… 인기글 유샤인 2023-02-20 165
2115 요한 대공 요들송 Erzherzog Johann Jodler/Zillertaler Bravourjodler … 인기글 유샤인 2023-02-18 182
2114 Noble nature - Ben Johnson 고귀한 성품 -유샤인 번역 인기글 유샤인 2023-02-05 281
2113 전 국민들께서 반드시 아셔야 할 사항입니다 인기글 유샤인 2023-01-29 370
2112 통일 행진곡 - 김광섭 작시, 나운영 작곡 - Marching Song for Unification - 한영… 인기글 유샤인 2023-01-27 376
2111 The Holy City - Scott Griffin play 거룩한 도시 - 스캇 그리핀 연주 비디오 En… 댓글[2] 인기글 유샤인 2023-01-21 421
2110 미국 대토령 로날드 레간의 유머 민주당 강아지 대 공화당강아지들의 차이. 인기글 유샤인 2023-01-14 404
2109 어리석은 것은 진실을 알고, 진실을 보고도, 여전히 거짓을 믿는 것이다. 인기글 유샤인 2023-01-14 419
2108 The Lord's Prayer + In One Fraternal Bond of Love - YouShine… 인기글 유샤인 2023-01-13 366
2107 MS200 마이클심 TV 200회.주류언론의 뉴스는 뉴스가 아니다. 인기글 유샤인 2023-01-01 447
2106 Be Not Dismayed Whatever Betide (당황하지 마라 무슨일이 생겨도 -유샤인 번역) … 인기글 유샤인 2022-12-31 530
2105 우리는 무식한 부부 인기글 산울림 2022-12-29 576
2104 슬픈 사랑이야기 인기글 산울림 2022-12-26 625
2103 12월을 위한 시 - 차신재, A Poem for December - Cha SinJae 한영자막 Korea… 인기글 유샤인 2022-12-20 534
2102 내 엄마의 손과발 인기글 산울림 2022-12-18 503
2101 오동동 타령 - 유지나 ODongDong TaeRyeong(Traditional Korean Ballad) … 인기글 유샤인 2022-12-12 580
2100 "금잔에 독을 넣어 제공하는자들"에 관한 토마스 왓슨의 경고 인기글 유샤인 2022-12-10 592
2099 아침 걷기 운동길에서 만난 반신불구의 몸을 극복하여 10마일을 거뜬히 걷고 있는 한국계 남자 이야기 인기글 유샤인 2022-12-09 589
2098 초혼(招魂)' 에 얽힌 '부초 같은 인생 이야기 댓글[2] 인기글 산울림 2022-11-29 767
2097 조수미와 드미트리 가 부른 즐거운 미망인 비디오다 인기글 유샤인 2022-11-27 770
2096 가고파 - 작곡가 김동진 지휘하의 한국남성합창단과 조수미 오페라 가수의 노래 Wanna Go -영어 번역자… 인기글 유샤인 2022-11-26 875
게시물 검색
* 본 게시판의 게시물에 대하여 회사가 법적인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